책은 저자가 중앙SUNDAY S매거진에 ‘김상득의 행복어사전’이라는 코너로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연재한 에세이를 묶었다. 누구에게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행복을 글감으로 삼기 위해 그는 ‘주변시 글쓰기’ 전략을 펼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주변시는 어둠 속에서 한 사물만 오래 보고 있으면 상상하는 대로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을 둘러봐야 그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야간 시(視)의 특징 중 하나다. 그러니까 행복을 정의하기 위해 그는 줄기차게 행복의 주변을 쓴다. “행복어가 아니라 행복어의 주변어ㆍ파생어ㆍ연관어가 행복의 변죽을 계속 울리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지만, 그 변죽의 울림이 꽤 폭넓다. 66개의 에피소드와 함께 66개의 일상어가 키워드로 뽑혀 있다. 행복을 단숨에 정의하는 것보다 상황별로 생각해 볼 수 있으니, 더 독자 맞춤형이랄까.
『행복어 사전』
저자: 김상득
출판사: 오픈하우스
가격: 1만5000
어떤 선물이 좋은 선물일까. “선물이란 쓸모없어야 한다(프랑스 작가 미셸 투리니에)”는 주장도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선물의 가치는 상징적이고, 선물은 내용보다 형식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결국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고 받는 행위, 그게 행복 아닐까.
에피소드마다 적힌 저자의 행복어 또는 일상어 정의가 촌철살인이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어머니는 ‘다 부를 수 없는 이름’이고, 온도는 ‘목소리 큰 사람이 결정하는 것’, 잣대는 ‘나에게 너그럽고 남에겐 엄격한 것’이다. 글쓰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글 제목 뽑는 일은 더 어려울 터다. 전시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게 무제 아니던가. 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고뇌를 보는 사람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짓”이라며 제목을 이렇게 정의한다. ‘타락하면 무제가 되고 더 타락하면 낚시가 되고.’
일상어를 쓰다 보니 저자의 일상은 종종 글 소재가 된다. 소변기 앞에 오래 서 있던 중학교 한문 선생님과 입안에 침이 가득한 재수 학원 국어 선생님을 흉내 내던 어린 날을 반성하며 저자는 “나는 늙지 않을 줄 알았다”고 전한다. 그 흉내는 돌아와서, 모두 저자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흉내, 그것들은 돌아오는 것’이고, 잠시 연재를 멈춘 그의 글도 돌아오길 바란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