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스포츠 오디세이] 다이빙 기대주 김영남-우하람
한국 다이빙이 세계 정상을 향해 힘찬 비상을 시작했다. 선봉장은 약관(弱冠)의 듀오 김영남(21)-우하람(19·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국제대회 잇따라 금, 세계정상 근접
각자 뛸 땐 경쟁, 싱크로 할 땐 듀오
영남 익사 전 하람이가 구해 주기도
한국계 새미 리, 中 우민샤 올림픽 금
담력·민첩성 갖춘 한국인 도전할 만
“리우 아쉬움 씻고 도쿄서 일 낼 것”
김영남-우하람 조는 한 주 앞서 열린 그랑프리 6차 시리즈(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10m 싱크로 금메달을 따냈다. 우하람은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도 1위를 했다. 이번 시리즈에는 세계 정상권 선수들이 출전해 진검 승부를 펼쳤다. 두 선수는 2020 도쿄 올림픽 메달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이빙은 체격이나 체력을 앞세우는 종목이 아니어서 동양 선수들에게 유리하다. 중국이 올림픽 금메달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우민샤는 올림픽 금메달을 5개나 수확했고, 궈징징도 금 4, 은 2개를 따냈다.
우리 민족에게도 ‘다이빙 DNA’가 있다. 지난해 타계한 한국계 새미 리(Sammy Lee·1920~2016) 선생은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미국 다이빙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10m 플랫폼)을 땄고,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도 이 종목에서 우승했다. 이민자 2세로 태어난 새미 리는 극심한 인종차별과 열악한 훈련 환경을 이겨 냈다. 그가 올림픽에서 입었던 수영복과 운동복은 등록문화재 501호로 지정됐고 지금 천안 독립기념관에 있다.
다이빙 선수 출신인 류득하 대한수영연맹 관리위원은 “바이킹이 담력을 겨루려고 돛대 꼭대기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게 다이빙의 기원이라고 한다. 다이빙은 높이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는 게 포인트다. 공포는 견디는 거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게 아니다. 익숙해지는 것도 아니다. 국가대표 선수가 어느 날 갑자기 ‘무서워서 못 뛰겠다’며 도망간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다이빙은 공중 회전이 많기 때문에 키가 작은 게 유리할 수 있다. 담력과 민첩성이 있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정상에 충분히 도전할 만한 종목”이라고 류 위원은 설명했다.
“우린 서로의 꿈을 이뤄 주는 존재”
둘은 5년째 싱크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둘 다 초등학교 때 방과후교실을 통해 다이빙을 알게 됐다. 조금 더 일찍 시작한 우하람이 앞서 나갔으나 김영남이 맹추격해 지금은 비슷한 수준이다. 김영남은 “전에는 하람이에 대해 시기 질투도 많았어요. 그런데 얘가 잘되는 걸 보면서 나도 경쟁의식을 갖고 열심히 해서 실력이 올라갔어요. 하람이는 나에게 길을 열어 주는 존재죠”라고 말했다. 우하람은 “우리나라에서 같이 싱크로를 할 사람은 영남 형밖에 없잖아요. 같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함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주는 사람이죠”라고 말했다.
김영남에게 우하람은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국에서 10m 싱크로 훈련 도중 김영남이 잘못 떨어졌다. “떨어지는 순간 몸에 마비가 왔어요. 의식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수심 5m 다이빙장 바닥에서 숨만 참고 있었죠. 물에서 안 나오니까 하람이가 내려와서 건져 줬어요.” 트라우마가 생길 법도 했지만 다음날이 대회라서 이것저것 생각할 틈이 없이 지나갔다고 한다. 우하람은 “입수할 때 충격이 상상 이상으로 커요. 우리는 손으로 밀고 들어가지만 등이나 배로 들어가면 혈관이 터질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2016 리우 올림픽을 생각하면 김영남은 지금도 속이 쓰리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대회에서 제가 연거푸 실수하는 바람에 10m 싱크로 올림픽 티켓을 놓쳤어요. 하람이 혼자 10m 플랫폼에 나가 결선에 진출했지만 11위에 그쳤죠.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둘이 함께 나가 큰일 한번 낼 겁니다.”
선진국에선 다이빙대가 안전교육장
류득하 위원은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는 야외 풀에 5m 또는 3m 다이빙대를 설치한 곳이 많다. 안전교육 차원에서 물로 뛰어내리는 훈련을 하며 높이에 대한 경험을 갖게 하는 거다. 국내에서는 이런 걸 찾아보기 힘들다. 위험하고 무섭다며 무조건 피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무모한 도전’은 많지만 ‘진정한 용기’는 찾기 어려운 시대. 햇살 같은 두 젊은이 김영남-우하람을 응원하는 건 그들이 ‘용기 있는 도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jerr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