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겨울은 피부건조증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다. 11월부터 환자가 대폭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1만1000명대에 그치던 피부건조증 환자 수는 10월 1만5475명으로 늘었고, 11월엔 2만7618명까지 증가했다. 피부건조증 환자 수는 올해 3월까지 2만6000~2만7000명대를 유지했다. 매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
건조증 방치하면 습진으로 악화
샤워 간단히, 비누 사용 최소화를
하루 두 번 이상 보습제 발라야
오일은 오히려 피부 트러블 유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단순히 건조증에 그치지 않는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가려워지고, 가려움이 지속되면 가려운 부위를 긁게 된다. 피부가 손상되고 상처가 생긴다. 염증이 생기면서 진물이 나는 ‘건조성 습진’으로 악화한다. 이 교수는 “피부가 건조해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환자들을 보면 가려움증과 상처가 심해져 잠을 충분히 못 자 일상생활의 리듬이 깨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피부건조증을 관리·예방하는 방법은 첫째도 둘째도 보습이다. 보습제를 전신에 충분히 발라줘야 한다. 보습제는 피부에 물기가 있는 촉촉한 상태에서 바르는 것이 가장 좋다. 그래야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잘 유지된다. 오히려 샤워 후 물기를 말끔히 제거하는 것보다 대충 닦고 바르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몸을 씻은 후에만 발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보습제를 샤워나 목욕 후에만 바르는 걸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며 “하루에 2번씩 바르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보습제는 로션보다는 크림타입이 좋다. 가려움증이 심할 경우 민감피부용으로 나온 순한 보습제를 추천한다. 피부 자극이 덜해 따갑지 않고 보습력이 강하다. 수분과 함께 유분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오일이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은 오일 제품은 추천하지 않는다. 모공으로 오일이 스며들어 뾰루지·모낭염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오일이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하다는 보고도 있다.
샤워나 목욕을 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자주하는 것은 의외로 피부건조증에 안 좋은 습관이다. 일시적으로는 각질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간다. 이 교수는 “되도록 물과 멀리 할수록 좋다”며 “노인의 경우 입욕은 하지 말라고 권한다”고 말했다. 샤워는 5분 안에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 비누나 바디클렌저 등은 최소한으로 사용한다. 건조증을 예방하는 데는 물로만 씻는 것이 가장 좋다. 샴푸는 몸에 흐르지 않게 주의한다. 샴푸, 바디클렌저, 세안제 중 샴푸가 가장 독하다.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때를 미는 것은 금물이다. 이 교수는 “때를 미는 것은 가뜩이나 약한 피부장벽을 포크레인으로 미는 격”이라며 “피부가 더 가려워지고 습진으로 악화한다”고 말했다. 단, 피부건조증을 다른 질환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른 질환의 치료를 늦춰 악화할 수 있다. 헷갈리기 쉬운 질환은 아토피피부염과 건선이다. 공통으로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피부건조증은 보통 팔다리에서 시작한다. 특히 정강이부터 피부가 하얗게 일어나고 가려워진다면 단순히 피부건조증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아토피피부염은 무릎 뒤쪽이나 팔꿈치 안쪽 관절이 접히는 부위부터 잘 생긴다. 피부가 벌겋게 일어나고 가려운 증상이 얼굴까지 번지면 아토피피부염으로 봐야 한다. 피부건조증은 여름이 되면 나아지지만 아토피피부염은 여름에도 악화한다.
건선도 피부건조증처럼 각질이 생기지만 양상이 다르다. 새하얀 비듬 같은 각질이 쌓여 인설을 이룬다. 아토피피부염과 반대로 팔꿈치나 무릎에 가장 많이 생긴다. 이 교수는 “피부건조증이 생기는 시기에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이 같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잘 구분해 심각한 질환일 경우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