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뭐길래] 타원·쌍곡선·포물선 등 이차곡선
타원·포물선·쌍곡선 같은 이차곡선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폴로니우스의 『원뿔 곡선론』에서 처음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아폴로니우스는 이 책에서 유클리드를 포함한 이전 수학자들의 이차곡선 연구를 정리하고, 여기에 자신의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덧붙였다. 총 여덟 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에는 이차곡선에 대한 명제들이 400여 개나 실려 있다. 5권부터는 완전히 독창적이며 매우 수준 높은 연구가 담겨 있는데, 이는 이차곡선에 대한 방대한 성과라 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폴로니우스
『원뿔 곡선론』에 첫 체계적 정리
중세 서유럽에선 연구 등한시
르네상스 지나면서 관심 증가
천체운동·렌즈곡률 설명에 활용
방정식·함수·미적분에도 등장
고딕양식 아치 곡선, 두 원 겹쳐 만들어
이에 반해 중세 동안 타원이나 쌍곡선 같은 곡선을 활용하는 분야는 없었다. 서유럽 대학에서의 기하학 연구는 유클리드의 『원론』 앞부분에 머물러 있었고, 고등 수학에 해당하는 아폴로니우스의 이차곡선에 대한 연구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지상계 운동도 수학적으로 이해
갈릴레오는 그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갈릴레오는 운동을 연구하면서 시간·속도·거리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그것들 사이의 수학적 관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인물이 운동이 왜 일어나는가에 주목했던 것과는 달리 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떤 형태로 일어나는지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물체의 낙하 거리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운동의 수학적 법칙을 유도하기도 했다.
물체의 낙하운동 법칙을 유도한 갈릴레오는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구조를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지구가 돈다면, 높은 탑에서 공이 떨어지는 동안 지구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왜 공은 탑 바로 아래에 떨어지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에 대해 갈릴레오는 지상의 물체는 지구가 지닌 원운동을 같이 지니고 있기 때문에 수직 방향으로 낙하하는 동안 동시에 수평 방향의 등속운동을 계속하므로 탑 바로 아래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6, 17세기 동안에는 포수들을 위한 매뉴얼이나 대포학 서적 등의 출판이 크게 증가됐다. 타르탈리아 역시 갈릴레오에 앞서 대포 탄환의 곡선 궤도에 대해 연구했던 수학자였다. 그는 대포를 어떤 각도로 기울일 때 탄환이 가장 멀리 나아가는지를 계산했다. 그에 따르면, 탄환이 움직이는 곡선 궤도는 대포를 기울인 각도로 날아가는 직선운동과 지구 위의 물체가 지닌 원운동, 그리고 아래 방향의 직선낙하운동의 결합으로 만들어졌다.
비록 이 곡선 궤도는 잘못된 것이었지만, 대포 기술과 관련해 운동의 기하학적 궤적을 연구했던 것은 이전 시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향이었다. 새로운 곡선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증가하였다.
원 궤도 버리고 타원 궤도 적용
새로운 발견에 고무된 그는 이후 자신의 천체 구조에 대한 검증을 위해 당시 유럽에서 가장 우수한 천문 관측 자료를 지니고 있었던 튀코 브라헤의 조수로 들어갔다. 신성로마제국의 왕실 천문학자였던 브라헤가 1년 후 갑자기 죽자 케플러는 그의 지위와 함께 천문 관측 자료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와 함께 브라헤의 관측 자료에 기반을 두고 원으로 행성운동을 설명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원 궤도로는 도저히 관측 자료의 오차를 줄일 수 없게 되자, 케플러는 과감히 원 궤도를 버리고 이차곡선의 하나인 타원 궤도를 적용했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케플러는 타원 궤도를 토대로 행성운동의 세 가지 법칙을 발견했다. 이후 케플러의 타원궤도운동은 뉴턴의 기하학적 증명을 통해 정확함이 확인되었다. 가장 중요한 곡선은 원이 아닌 타원이었다.
한편, 케플러가 브라헤의 천체 관측 자료에 맞춰 천체운동의 기하학적 곡선 궤도를 고안하던 즈음,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개발해 하늘을 직접 관찰했다. 그는 1609년 멀리 있는 물체를 가까이 있는 것처럼 확대하는 렌즈에 대한 소식을 접한 뒤, 볼록렌즈 하나와 오목렌즈 하나로 이루어진 망원경을 개발했다. 이후 망원경을 들어 올려 천체를 관측하면서 갈릴레오는 달의 크레이터나 태양의 흑점, 그리고 목성의 위성 같은, 기존의 우주론을 반박하는 증거들을 얻을 수 있었다.
이차곡선 활용하는 분야 확대
17세기에 이르면, 원 이외의 다양한 곡선 궤도를 연구하는 것이 수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대포와 총의 탄환운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포물선운동을 이해해야 했다. 행성과 혜성, 그리고 유성의 궤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타원 궤도에 더해 포물선과 쌍곡선 궤도를 연구하는 것이 필요했다. 또한, 망원경과 현미경 등의 렌즈곡률을 설명하는 데는 타원·쌍곡선·포물선 등이 활용됐다. 자연을 수학적으로 더욱 정확하게 기술하고자 했을 때 이차곡선은 무엇보다도 유용한 도구가 되어 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차곡선을 활용하는 분야는 더욱더 확대됐고, 이차곡선 이외의 새로운 곡선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해졌다.
이차곡선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더욱 복잡한 곡선 연구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과제다. 방정식을 배우면서도, 함수나 미적분을 배우면서도 계속해서 이차곡선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아폴로니우스는 자신이 연구한 이차곡선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언뜻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이는 수학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래서다.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 현 서울대 강사이다. 과학사와 수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에서 연구했으며, 『욕망과 상상의 과학사』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