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화 뒤엔 위대한 음악이 있다. 아니, 위대한 음악이 위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영화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영화 속 음악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다. ‘스코어(Score)’는 ‘필름 스코어’, ‘언더 스코어’ 등과 함께 영화 음악을 칭하는 단어. 영화광이자 CBS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PD였던 맷 슈레이더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보며 늘 가졌던 의문에 답하기 위해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이 영화 음악을 잊혀지지 않게 만드는가.’
‘스코어: 영화 음악의 모든 것’
감독 : 맷 슈레이더
배우 : 한스 짐머
대니 엘프먼 존 윌리엄스
등급 : 전체관람가
‘배트맨’(1989) ‘가위손’(1990) ‘맨 인 블랙’(1997) 등의 대니 앨프먼은 영화 음악에 신디사이저와 펑크 음악을 적극 활용하며 새 장을 열었다. ‘다크 나이트’(2008) ‘인셉션’(2010) ‘덩케르크’(2017) 등으로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스 짐머는 개인 스튜디오를 마련해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을 만든다. 그는 영화에서 “우리는 지구 상에 남은 마지막 오케스트라 뮤지션일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는 이들 외에도 현재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여러 영화 음악가들의 작업 과정을 보여준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정키 XL(50)은 이 영화 만을 위해 7개월 간 특별한 드럼을 개발했다. 음악 감독들은 새로운 소리를 찾기 위해 어린이용 장난감 피아노에서 아시아·아프리카의 전통악기까지 수집하고, 독특한 음향을 위해 오래된 성당과 바람 부는 벌판을 찾아다닌다. 이런 열정을 깨우는 것은 너무나 인간적인 이유, ‘데드라인의 압박’이다. “음악 작업을 반 밖에 끝내지 못했는데, 내 이름이 적힌 영화 포스터가 지하철 역에 떡 하니 붙어있을 때 정말 무서워요.”
이 모든 흥미로운 내용을 뒤로 하고, 이 영화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음악. 영화 전체에 쉬지 않고 흐르는 100여 곡의 명곡들이다. 영화 속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작곡가들은 자신이 참여한 영화가 개봉하면 종종 극장 화장실을 찾는다. 영화를 막 보고 나온 사람들이 음악을 흥얼거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스코어’를 보고 나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흥얼거림을 멈추기 힘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동의하게 된다. “영화 음악은 20~21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이라는 감독의 말에.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라이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