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의 두 가지 길
피터 싱클레어 영국 버밍엄대(경제학) 교수는 “대처의 노동개혁 이후 80년대부터 영국 경제가 활성화하고 실업률이 낮아졌다”며 “하지만 이때 성장한 중산층이 한 세대 뒤 붕괴하면서 브렉시트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반면 독일은 73년까지 재계·노동계 타협을 바탕으로 황금기를 누렸다. 승자의 저주였을까. 양쪽은 석유파동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재계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했지만 황금기의 사회적 협약은 단단하게 구조화했다. 그 바람에 영국이 4% 실업률을 보일 때인 90년대 전후 독일은 8%를 웃돌았다. 구조는 한계 상황에 이르러서야 해체되기 시작한다. 독일은 통독의 후유증과 맞물려 ‘유럽의 병자’로 조롱당했다.
영국과 독일 노동개혁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두 나라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한 순간엔 세계화 시대였다. 경제 불평등이 심각한 이슈가 아니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면 경제가 활성화해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 세계는 불평등이 낳은 갈등이 심각하다. 세계화를 주도한 미국과 영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드는 까닭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가더라도 나눌 만한 충분한 과실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