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눈
또 관중석엔 맥주 판매원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있어도 대부분 남성이었다. 일본 야구장엔 맥주가 들어간 배낭을 메는 젊은 여성이 스탠드 곳곳에 배치돼 있다. 그날 잠실야구장에 같이 간 지인은 “젊은 여성이 경기장에서 술을 판다는 것은 옛날 여성이 남성에게 술을 따라 줘야 했던 시절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 별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보다 훨씬 요염한 젊은 여성 치어리더의 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신기했다.
지난 8월 중순엔 일본 고교야구를 보러 고시엔구장에 갔었다. 그날은 하루에 4경기가 있었고 강팀들이 여럿 등장했다. 밤새워 줄을 선 사람이 많아 이미 아침 6시 반에 매진된 것은 알고 있었다. 나는 두 번째 경기에 관심이 있었다. 혹시나 첫 경기가 끝나면 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면서 야구장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30도 가까운 무더위 속에서도 표를 구하기 위해 줄 서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친구와 2시간이나 기다렸는데 “티켓 추가 판매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무정한’ 방송이 울렸지만 뭐라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매 시스템이 잘 돼 있는 한국에선 이런 일이 없겠지만 만약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난리 났을 것이다.
올해는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7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온천이나 쇼핑도 좋지만, 야구장을 찾아가면 또 다른 일본의 얼굴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야구장 방문을 ‘강추’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