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지금] 게임 속 AI
플레이어가 심즈에서 캐릭터를 직접 조정하기도 하지만 캐릭터가 자동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용변이 급할 때는 화장실을 알아서 가거나 연인을 만났을 때는 자동적으로 키스를 하는 식이다. 이러한 행동은 캐릭터의 경험과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AI가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남성스러운 여자는 연애를 쉽게 못하는 반면, 감성이 풍부한 남성은 쉽게 연애를 하기도 한다. 아울러 성격이 맞지 않더라도, 좋은 추억이 쌓이면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AI 덕에 플레이어는 캐릭터의 다양한 반응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알파고는 바둑 100만 번 두며
지능 키워 천재 이세돌 이겨
페이스북 토치는 게임 하며
복잡한 물리법칙 터득해
게임 속 상황이 복잡할수록
AI 또한 업그레이드
가상세계선 제약도 적어
인공지능 키우는 데 최적
NC·넷마블, AI기반 게임 연구
엔씨소프트 외에도 넷마블도 AI 기반 게임 엔진을 연구 중이다. 콜럼버스라 불리는 프로젝트다. AI 기반의 게임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와 달리 AI 엔진을 NPC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도움말에 활용할 전망이다. 넷마블의 AI 엔진은 플레이어의 게임 조작 습관을 분석한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 임무 수행에 실패했을 때 AI 엔진이 임무완수를 돕는다.
그런데 게임에 AI에 적용하는 것 말고도 게임을 활용해 AI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게임으로 AI를 고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딥마인드는 바둑보다 더 어려운 스타크래프트 2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5년 2월 딥마인드는 과학 전문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임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AI를 소개하였다. 참고로 딥마인드는 구글이 인수한 자회사이다. 딥마인드는 이러한 AI를 DQN(Deep-Q Network)이라고 불렀다. DQN은 미국 회사인 아타리가 개발한 고전 게임을 스스로 학습해서 플레이한다. 일부 게임에서 전문 게임 플레이어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보여줘 DQN 개발자마저 놀라기도 했다.
딥마인드 창립자 게임에 큰 관심
하사비스가 게임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딥마인드가 게임에만 AI를 적용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딥마인드뿐만 아니라 IBM이 개발한 AI 왓슨도 체스게임에서 시작해 발전해서다. 왓슨은 1997년 체스 세계 챔피언을 이긴 딥블루(Deep Blue)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왓슨과 딥마인드가 게임에 계속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AI는 다양한 상황에서 행동해야 하는 방법을 게임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AI를 높여 주고 있다는 얘기다.
AI는 ‘인공적으로 지능을 시스템에 부여해서 특정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식공학’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학습’이다. 지식공학은 특정 규칙을 주고 시스템이 규칙에 맞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공식을 주고 원인 혹은 결과를 찾게 한다. 이때 규칙이 주어져 있어 행동이 고정적이다. 단순 작업에만 적합하다.
반면, 기계학습엔 규칙이 따로 없다. 원인과 결과만 주어질 뿐이다. 규칙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원인과 결과에 따라서 규칙은 스스로 변동될 수 있다. 복잡한 업무에 적합하다. 한마디로 AI 수준은 기계학습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기계학습은 AI가 다양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람처럼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자율주행과 같은 여러 복잡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
게임은 AI의 기계학습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게임이란 가상공간에선 현실만큼 다양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개발자는 게임 복잡도에 맞춰서 AI 수준을 향상해 나갈 수 있다. AI를 가상 환경에 적용해 보고, 반응을 보고 지능을 높여 나간다.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AI 판단 오류로 게임 속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현실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 바로 딥마인드가 게임을 활용하는 이유다. 처음에는 게임 복잡도가 낮은 수준에서 AI를 개발하였다. 상황이 복잡해지자 자연스럽게 알파고 지능 수준을 높여 나갔다. 처음에는 체스와 같은 단순 게임에 적용했다면 점차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상황이 복잡한 게임에 적용하는 식이다.
‘아이는 놀이하면서 배운다’라는 말이 있다. AI도 게임 속의 놀이로 자신의 판단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알파고가 바둑 100만 번 두고 경험을 축적한 것처럼 말이다. 지난해 3월 페이스북은 AI 토치(Torch)를 언리얼(Unreal)에 적용한 UE토치를 발표했다. 언리얼은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물리 엔진이다. 현실 속의 물리법칙을 게임에 적용할 때 사용된다. 페이스북이 토치에 언리얼을 적용한 까닭은 바로 토치의 학습을 위해서다. 토치는 언리얼을 기반으로 게임 속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물리법칙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자율주행차 눈 개발한 엔비디아
게임을 AI 학습활동의 장으로 쓰는 이유는 간명하다. 가상 세계여서다. 이 공간에선 제약조건 없이 다양한 활동으로 AI를 학습시킬 수 있다. 지난해 10월 미 전기자동차 회사인 테슬라는 S3 모델 이상에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하드웨어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완전 자율주행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테슬라의 의지 배경엔 바로 엔비디아(NVIDIA)의 PX-2가 있다. 엔비디아는 게임의 그래픽을 처리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곳이다. 그래픽 처리 기술 기반으로 자율주행 자동차 전용의 PX-2를 개발했다. PX-2는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눈과 같다. 사람·차선·장애물을 인식해 차가 충돌 없이 달릴 수 있도록 한다. 테슬라 뿐만 아니라 아우디·BMW 등 글로벌 자동차에서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도 엔비디아의 PX-2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시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게임 덕분에 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AI 산업에서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셈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및 보안솔루션 전문가. 전기차, 스마트시티 사업 분야를 거쳐 현재 보안 솔루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 『사물 인터넷(IoT) 시대의 위협』과 『미래전쟁』 등의 역서를 냈다. http://blog.naver.com/dracon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