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야당 공조체제 주요 변수는
보수 연대의 전제는 박 전 대통령 출당
홍준표·안철수 다시 전면 나서고
野 토론모임으로 ‘비문 연대’ 시동
與는 ‘적폐 연대’ 프레임으로 견제
국민의당과 연대 모색 바른정당
이 대표 금품 의혹 불거져 주춤
한국당은 그동안 국민의당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양당구도를 형성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안 대표가 취임인사차 홍 대표를 방문했을 때 의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향후 공조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란 얘기가 나왔다. 이 자리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외교정책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안 대표에게 내년 지방선거 연대를 공개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류가 바뀐 데는 “강한 야당이 되겠다”는 안 대표의 취임일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추경안 처리 과정 등에서 한국당만 반대를 외쳐 봤자 107석으론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40석인 국민의당이 전향적으로 한국당과 공조한다면 자연히 견제효과가 커진다. 문재인 정부로서도 개혁과제를 추진하려면 국회에서의 입법이 필수적인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야 3당 연대를 ‘적폐 연대’로 규정하며 저지에 나섰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국정 농단 세력과 연대를 꾀한다면 이는 민심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라며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은 민생 추락의 위기를 막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한 세력 아니냐”고 견제구를 던졌다. 한국당을 ‘적폐 프레임’에 가둠으로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한배를 타지 못하도록 차단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각 당 내부 사정이 결코 간단치 않다. 보수 야당의 경우 연대의 기본 전제는 박 전 대통령의 잔재 등 이른바 ‘친박 청산’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 하나를 놓고도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혁신위 회의에서는 일부 위원이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자체에 반대하고 나섰다. 아직 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것도 아니지 않으냐는 논리다.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당적을 정리할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박당 이미지를 없애고 내년 지방선거 전에 바른정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홍 대표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추석 민심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만큼 그전에 정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석 전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하고 이후 친박계 핵심 의원들을 정리할 거라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선 10월 중순께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이 난 뒤에야 당적 정리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바른정당도 노선 둘러싸고 내홍
그런 가운데 이 대표의 거취가 야권 연대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보수의 본진이 되겠다”는 취임일성처럼 한국당과의 통합론에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이면서 정치적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입지가 좁아진 틈을 타 보수연대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당 안팎의 보수통합론자들이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 대표와 같은 자강론자인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당의 친박 청산은 유통기한이 지났다. 박 전 대통령이 출당되고 친박이 청산돼도 본질은 안 변한다”며 “정책 공조는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연대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내부 갈등도 만만찮다. 안 대표가 ‘극중주의’를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에 각을 세우는 동시에 한국당과 바른정당과의 연대 움직임을 보이자 호남권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호남 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한국당은 탄핵 대상이었던 당이라는 점에서, 바른정당은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등 안보관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서 연대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안 대표가 계속 선을 넘을 경우 호남 민심을 감안해서라도 그냥 두고만 볼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야권 연대의 캐스팅 보터가 되기 위해선 당내 계파 갈등이나 이견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구심점 마련이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