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전술핵 재배치 논란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핵 균형과 전천후 대북 억지력 유지를 위해 전술핵을 재반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박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비핵화 전략을 주도했고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도 외교안보 전략 마련에 깊이 관여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박선원 전 靑 비서관 재반입 주장에
“북핵 억제효과” 학계도 갑론을박
여권 “자기모순식 정치 공세” 일축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도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 논의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북한과 중국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북한이 노리는 한·미 동맹 균열을 막을 수 있고 동아시아 유일의 핵보유국이라는 중국의 지위도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을 향한 이중적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보수정당들도 일제히 자체 핵무장론을 꺼내들었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바른정당은 ‘핵 공유’를 각각 전면에 내세웠다. 더욱이 이들 정당은 북핵 위기를 계기로 안보정국의 주도권을 거머쥐고, 이를 통해 그동안의 침체된 당 분위기에서도 탈피하겠다는 전략을 세워 둔 상태다. 그런 만큼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당은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주한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당론으로 정식 의결했다. 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주한미군 전술핵이 한반도에서 모두 철수한 지 26년 만에 한국당이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다시 불을 지핀 셈이다.
이에 바른정당은 전술핵 대신 핵 공유를 내걸고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핵 공유란 전술핵과 같이 북한의 핵 위협에는 핵으로 대응하되 핵무기를 우리 영토 안에 들여와 주변국과 마찰을 빚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핵잠수함 등 미국 전략자산에 포함돼 있는 핵무기를 함께 관리·운용하자는 주장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도 평소 이 같은 주장을 펴 왔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자체 핵무장은 악수고, 전술핵 배치는 하수며, 핵 공유가 진짜 보수”라며 “굳이 국내에 핵을 배치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핵 방어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자체 핵 보유 주장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 공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이라며 “야당이 단지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제기한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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