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세법 개정 둘러싸고 여야 수싸움
여야는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경제적 이슈에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향후 정국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증세·감세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부동산 대책이 같은 날 발표되면서 두 사안이 어떤 연동 효과를 가져올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두 대책 중 하나가 꼬일 경우 다른 하나도 패키지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속에 대국민 홍보전에 당력을 집중할 태세다.
여·야·정 협의체 제안에 끝장토론 맞불
與는 ‘증세 트라우마’ 벗기 안간힘
野 3당도 증세에 미묘한 시각차
9월 정기국회 때 입법 전쟁 예고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상 등 대기업의 세 부담 증가는 그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결국엔 국민 증세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또 다른 세금 폭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인세를 인상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한 명도 없었다”며 “지난 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법인세를 인상한 나라는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법인세 인상은 경제적 자해 행위가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여·야·정 협의체 제안에 대해서도 “국회 기획재정위 등 상임위를 제쳐두고 여·야·정 협의체에서 증세 문제를 결정짓는다면 대체 국회는 왜 존재하는 것이냐”며 “차라리 원내 4당이 TV토론에 출연해 끝장토론을 벌이자”고 역제안을 했다. 한국당 소속 기획재정위원들도 성명을 내고 “경제 살리기가 시급하다며 추경까지 강행한 정부가 법인세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액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이라며 “음식도 급하게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쉬운 것처럼 경제 정책도 서두르면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증세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과 결정 과정 등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 등 기본 방향은 대체로 동의한다”며 “하지만 기업의 비과세·감면·공제 축소가 여전히 부족하고 소득자 지원 방안도 불충분해 정부 주장대로 양극화 개선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한국당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방안에 대해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부동산 거래 위축과 세금 전가 등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며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처럼 여당은 물론 야 3당도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각기 다른 스탠스를 취하면서 향후 입법 과정이 결코 순탄하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 내에서는 7월 임시국회 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협조 속에 추경안과 정부조직법을 처리한 것처럼 9월 정기국회에서도 결국엔 일부 야당의 입장을 반영해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증세·감세 ‘프레임 전쟁’ 가열될 듯
국내에서도 증세의 역풍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이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부가가치세 도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종합부동산세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정권의 위기를 초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연말정산 파동과 담뱃세 인상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여당인 민주당이 부자 증세를 강조하면서 중산층이 영향을 받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당이 담뱃세·유류세 인하 등 감세로 맞불을 놓는 것도 증세·감세 논란을 둘러싸고 여론 선점을 위한 ‘프레임 전쟁’에 나서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그나마 부자 증세안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 않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조사에서 초거대기업·초고소득자 증세에 85.6%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10.0%에 불과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 여론의 향배가 입법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앞으로 중산층의 오해를 해소하고 세법 개정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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