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엔지니어가 행복 전도사가 되다니.
- “원래 행복을 연구한 건 나 자신을 위해서였다. 30대 초반까지 나는 승승장구했지만 늘 뭔가에 쫓기는 기분이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을 새워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늘 더 많은 것이 필요했다. 거기서 탈출하기 위해 행복 방정식을 만든 것이다. 책으로 쓰자고 결심한 것은 아들 알리의 죽음 때문이었다.”
- 아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건가.
- “2014년 미국 보스턴의 노스이스턴 대학에 재학 중이던 아들이 방학을 맞아 내가 사는 두바이에 들렀다. 갑자기 복통을 호소해 지역 종합병원으로 실려갔고 맹장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수술대에 누운 지 몇 시간 만에 사망했다. 의료 사고였다. 뱃속에 이산화탄소를 불어넣는 주사기가 약간 옆으로 밀려나며 넓적다리 동맥을 찔렀고, 그 후 잇달아 발생한 일련의 실수들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 어떻게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나.
- “당시 슬픔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떠올리게 됐다. 알리는 원래 말이 없는 아이였는데 입원하기 이틀 전 나와 아내, 여동생 아야를 불러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나에게는 ‘아빠가 구글에서 일하는 게 자랑스러워요. 앞으로도 계속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 주세요. 하지만 뇌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고 아빠의 마음이 시키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하더라.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했는데, 며칠 지나 행복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 알리가 나에게 부여한 임무라는 걸 알게 됐다. 알리의 사망 후 17일 째 되던 날 책을 쓰기 시작했다.”
- 엔지니어로서의 경력을 포기하고 작가로 나선 건가.
- “그렇지 않다. ‘구글X’에서 내가 하는 일은 인간이 직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 세상 어디에도 없던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공중 풍력 터빈으로 움직이는 탄소섬유 무인 비행기, 콘텍트렌즈에 삽입할 수 있는 초소형 컴퓨터, 자율 주행 자동차 아이디어 등이 그렇게 나왔다. 불행 역시 현대인이 겪는 가장 심각한 고통 중 하나고, 이를 해결하는 나의 작업은 구글X의 정신과 통한다. 회사에서도 이런 취지를 이해하고 나의 행복 프로젝트를 지원해주고 있다.”
『행복을 풀다』 쓴 구글X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 모 가댓
- 이미 수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법을 연구했다.
- “나도 거의 모든 책을 읽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영적·종교적 신념에 치우쳐있거나 요가·명상 등의 실천을 제안하는 데 그친다. 나는 엔지니어이므로 공학적으로 접근했다. 기계가 고장 났으니 먼저 원인을 찾는다. 10년 가까이 내가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순간을 모두 기록해 이유를 추적하고 분류하고 추세선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답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생각’이라는 점이다.”
- 어떤 이야기인가.
- “예를 들어 남편이 늦게 퇴근해서 아무 말 없이 서재로 들어갔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이게 전부인데 아내는 ‘저 사람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출근 길 택시 운전사가 불친절하다. 그럼 뇌는 즉각 ‘나를 무시하나’하며 분노하라고 부추긴다. 결국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나를 불행하게 한다. 이것 하나만 기억한다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은 불행할 이유가 없다.”
- 이해는 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 “일단 이렇게 해보라. 심리적 고통이 찾아올 때 스스로에게 물어라. ‘이게 진실인가?(Is it true?)’ 택시 기사는 진짜 나를 우습게 보고 있는 건가? 진실이 아니라면 더 이상 그 문제에 감정을 소모하지 말아라. 사실이라면, 바로 해결책을 찾아 움직여라. 남편에게 가서 왜 인사도 없이 서재로 들어갔는지 이유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거다. 인생에는 진실이면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내 아들 알리의 죽음이 그랬다. 그럴 땐 받아들이는 방법밖에 없다. 내가 무엇을 해도 알리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니, 나는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알리가 지금의 나를 본다 해도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 그래서 당신은 항상 행복한가.
- “대부분의 시간이 평온하고 즐겁다. 가끔 불행하다고 느끼지만 매우 짧은 시간이다. 내 심리적 고통의 원인이 어디서 오는 지를 즉각 집어낼 수 있으면,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 과거의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괴롭힐 땐 늘 갖고 다니는 묵주를 돌리며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연습을 한다. 혼잡한 머릿 속을 서성이는 대신 이 순간에 몰입한다면 행복할 가능성은 아주 높아진다.”
- 1000만 명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했는데.
- “인간은 대개 비슷한 이유로 불행하다. 나의 모델이 대다수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책이 20개국에 수출됐고, 동영상 강연은 수천 만 명이 봤다. 올해 초 책을 출간하고 6개월 간 회사에서 휴가를 받아 행복 전파에 몰두했다. 이제는 회사로 돌아가 새 프로젝트와 행복 프로젝트를 병행할 생각이다. 새 프로젝트가 무엇인지는 규정 상 말할 수 없다. 그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X’라고만 해 두자.” ●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한경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