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벤처기업 정진호이펙트
정 교수팀이 밝혀낸 피부 노화 관련 핵심 연구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피부를 노화시키는 요인들을 밝혀내고, 이들 요인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은 것이다. 둘째는 피부 속 수분을 유지하는 핵심 원리를 밝혀내고, 해당 요인을 증가시키는 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천연물질 300종 일일이 실험
노화 요인 조절하는 물질 찾아
수분마스크팩·바디로션 선봬
정 교수팀은 지난 20여 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피부를 노화시키는 이 같은 수십 가지의 요인을 밝히고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 20가지를 추렸다. 그 뒤 이 핵심 요인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기 위해 약 300여 종의 천연물을 하나씩 대입했다. 예컨대 콜라겐 세포에 1번부터 300번까지의 물질을 모두 넣어보고 그 가운데서 콜라겐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효능이 가장 큰 것을 찾아냈다.
20여 년 연구 성과 SCI급 학술지에 실려
이들 요인을 밝혀낸 논문은 미국피부연구학회지·영국피부과학회지 등 유수의 SCI급 학술지에 실렸다. 단백질 변성과 효소 작용을 억제하는 연구는 비단 피부뿐 아니라 식도·대장·소장·심장의 표피, 근육·혈관 등의 노화와도 관련돼 있어 의학계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 교수는 이들 유효 성분을 넣어 화장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효과를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효능을 평가할 때 실시하는 동물실험이나 설문조사 대신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피시험자는 물론 연구자도 어떤 제품을 어느 그룹에 제공했는지 모르게 해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연구 방법이다.
정 교수팀은 총 13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6개월 동안 한 군에는 유효 성분이 든 화장품(정진호이펙트 W 에센스크림)을 바르게 하고, 다른 군에는 유효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화장품을 쓰게 했다. 그 결과 유효 성분이 든 화장품을 바른 군에서는 피부 노화의 징후(콜라겐·탄력섬유 감소 등)가 평균 17% 줄었다. 유효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화장품을 바른 군은 노화 징후가 3% 더 늘었다.
두 번째 연구는 수분 손실을 막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 피부 속 수분이 줄어드는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 교수팀은 피부 표피에 있는 ‘혈액형 당(糖)’의 분포와 수분 손실이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 큰 주목을 받았다.
수분 손실에 따른 주름 생성뿐 아니라 수분 손실로 인한 염증으로 나타나는 아토피, 심각한 노인성 건조증 등을 치료할 길이 열린 것이다. 정 교수는 “실제 피부 속 세포를 관찰해 보면 젊은 사람에 비해 나이 든 사람의 혈액형 당 성분이 훨씬 적다”며 “아토피가 있는 사람과 건조증이 심한 사람은 혈액형 당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표피의 ‘혈액형 당’ 줄면 수분 함유량↓
정 교수팀의 노화 예방·개선에 대한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과 함께 피부에서 생성되는 BDNF 호르몬 등을 증가시키는 성분을 개발해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정 교수는 “혈액형 당 조절 성분을 바탕으로 눈·코·생식기 등 점막이 있는 부위에 수분을 공급해 주는 약이나 화장품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IP 화장품 고를 때 꼭 살펴봐야 할 것
피실험자·연구자 모두 어떤 군이 어떤 화장품을 발랐는지 몰라야 평가가 객관적임
* 객관적인 기관에서 효능을 검증했나
영리 추구 기관에서는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갈 가능성이 큼
* 임상 기간은 최소 3~6개월 진행했나
몇 주 정도의 임상으로는 효능 검증이 어려움
* 유효 성분이 피부를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인가
콜라겐·EGF(상피세포성장인자) 등은 500달톤(Da)을 넘어 실제 피부 속 흡수가 어려움
* 독성·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화장품인가
피부과 테스트를 거쳐야 확실한 검증이 가능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