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대담 문자폭탄 무엇이 문제인가
‘대통령 지키자’ 맹목적 ‘빠’현상
표현의 자유는 약자에게 보장돼야
정치이념 아닌 정권유지가 목적
민주주의 기둥 공론장 폐쇄 시도
이택광 경희대 교수
정의·진리 독점 자기확신 위험
여론은 감정적, 독재 출현 가능성
국정운영 여론조사로 할 수 없어
피해주고 위협하는 행동 거부돼야
윤평중 한신대 교수
중요한 사건은 소수 여론에서 출발
▶윤=“내가 쓴 칼럼을 보고 고교 친구가 항의 카카오톡을 보냈더라. ‘수구언론과 수구세력이 합작해 촛불혁명에 저항, 단말마적인 발악을 하는 이런 중차대한 형국에 회색분자 같은 글을 쓰는 게 말이 되느냐. 문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청문회 현장의 야당 의원들에게 문자테러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지지도가 80%를 상회하니 대통령에게 ‘당신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 지배는 중대 오류를 만들 수 있다. 경계심을 가져야 될 상황이다.”
▶이=“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표현의 자유의 전제는 불균형성이다. 약자·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는 무한으로 보장하고 강자의 표현의 자유는 일정 부분 제한한다. 권력을 가진 독재 권위주의 정권을 향해 얘기할 때는 표현의 자유가 허락된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사회는 다원화됐다. 권력은 문재인 정부가 쥐고 있다. 사이버 불링을 하는 본인들은 약자라 생각하니까 우리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얼마만큼 허락해 줄 것이냐 하는 공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 견제할 장치 두는 것
▶이=“지나친 표현의 자유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문 대통령이 ‘가야 역사가 소외됐으니 좀 하자’고 얘기하면 지지집단이 일어나 밀고 사이버 불링으로 반대자의 입을 봉해 버린다. 그러면 반대의견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여론조사까지 수치화해 보여 주면 반대자들은 고립되고 숨어 버리게 된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참고는 할 수 있지만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전폭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런 식으로 비판자의 입을 막고 전체 여론을 주도했을 때는 착오가 생길 수 있다.”
▶윤=“다수의 전제를 중단해야 한다.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다. 그중 민주주의는 과잉이고, 함께 잘살아야 한다는 공화적 요소는 부족하다. 특정 계층이나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지지율이 높은 우리가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피상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나 공화적인 생각은 그게 아니다. 모두의 자유가 중요하다.”
▶이=“어떤 민주정도 결함이 있다. 직접민주주의의 표상이라는 아테네 민주정을 두고도 플라톤은 ‘실제로는 과두정’이라고 비판했다. 완벽하지 않은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화주의가 필요하다. 공화제는 훌륭한 사상인데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법치가 필요하다. 공화제를 내건 많은 공산주의 국가엔 이게 빠져 있다. 이번 탄핵이 중요했던 이유는 법의 이름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청와대 앞 200m까지 법이 시위를 허락했고, 거기까지 진출했고, 법에 의해 탄핵했다. 진전된 공화주의적 합의를 보여 줬다. 문자폭탄은 어렵게 쟁취한 공화주의를 깨는 행태다.”
▶윤=“문재인 정부가 순항하기 위해서라도 과도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마이너스가 되면 됐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하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진영 논리에 함몰돼 문재인 홍위병 비슷하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 정확히는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제도 언론이나 지식인 사회에서 성찰적 발언이 나와야 된다. 진영논리는 이중잣대로 어떤 현상에 대해 사실보다 입맛에 맞게 달리 해석해 버린다. 사실보다 우월한 진실, 감성적 진실을 더 중요하게 본다. 이렇게 되면 정치공동체의 한 일원인 시민으로서 반드시 준수해야만 하는 게임의 룰이 파괴되는 거다. 이건 어마어마한 사태다. 독일 정부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테러를 부추기거나 명명백백하게 인격살인적 보도를 한 경우 최고벌금 5000만 유로를 내게 하는 법안을 내놨다. 우리 사회로 치면 네이버나 다음 같은 거대 포털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문자폭탄, 문재인 정부에 도움 안 돼
▶윤=“지금 일부 시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우리들이 행동을 안 하고 표현을 안 해 비극적 사태까지 갔고 9년간 반동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숙한 시민은 이를 소화해 균형 잡힌 태도를 가져야 한다. 법이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 상황이 복잡할수록 고전적인 출발선으로 돌아가 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인간은 신성불가침한 자연권을 갖고 태어났지만 대전제는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줘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의견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폭력적으로 위협하거나 하는 행동들은 단호하게 거부돼야 한다.”
진행·정리=성호준 기자, 김도연 인턴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욕설·협박 조직적 문자폭탄, 여론 빌미 위임독재 부를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