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미사일 개발 어디까지 왔나
심상치 않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2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 탑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는 기술을 멀지않은 시기에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적인 ICBM 발사시험, 6차 핵실험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플루토늄탄 9~13, HEU탄 37~47개
만들 수 있는 핵물질 보유 추정
지속적 재처리, 고농축우라늄 생산
탄두 대량생산 체제 구축할 우려
미사일 발사각도 조절해 한국 겨냥
투발수단 다양화하는 능력 실험
“선제 공격당해도 예비탄두로 반격”
“핵무기 보관 관리는 비밀 중의 비밀”
“북핵 위협 본질적으로 다른 국면 도달”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지난 2일 핵확산금지조약(NPT) 발효 50주년 기념 평가회의 준비 모임에서 “북핵 위협은 본질적으로 다른 국면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는 HEU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 세계 우라늄 매장량이 4000만t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중 2600만t이 북한에 매장돼 있고 채광할 수 있는 가채량도 400만t이나 된다. 손쉽게 핵물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HEU를 만들기 위해 파키스탄과 협력해 제작한 원심분리기는 약 600㎡(약 180평) 정도의 부지에 설치할 수 있어 은폐도 쉽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플루토늄 핵만 보유했을 때는 수량의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우리도 예측할 수 있었다”며 “이런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공장 규모나 전력 소모가 작은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연간 80㎏ 이상(핵무기 4개 분량)의 HEU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영변 핵단지의 5MWe 흑연감속로에서 사용후 재처리한 플루토늄 50여㎏(국방백서)과 자연 상태의 우라늄을 무기급(순도 93~94% 이상)으로 농축한 HEU를 최대 750여㎏가량 보유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핵탄두 1개를 만드는 데 플루토늄 4~6㎏, 고농축우라늄 15~20㎏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 당국의 추정치를 고려하면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로는 플루토늄탄 9~13개, 고농축우라늄탄 37~47개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플루토늄에 비해 비교적 손쉬운 HEU의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 등은 “북한이 2020년까지 100개의 핵무기나 ICBM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사일 탑재능력 확인 안 돼 … 두고 봐야”
다만 다섯 차례의 핵실험에서 폭발 위력이 점차 커지는 등 진화의 양상은 분명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핵실험 규모는 1차 때 0.4㏏(1㏏은 TNT 1000t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위력)에서 3㏏→6~7㏏→4~6㏏→10㏏으로 확대됐다. 나가사키나 히로시마에 떨어진 위력의 핵폭탄 제조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의 소형화에 근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지속적인 재처리와 HEU 생산 활동은 단순한 핵물질 보유량 증가를 넘어 탄두의 표준화와 규격화, 즉 대량생산 체제의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북한이 700㎞ 안팎이던 스커드-ER의 사거리를 1000㎞로 늘리고, 일본이나 괌을 겨냥해 만든 노동과 무수단 미사일의 발사 각도를 조절해 한국에 떨어뜨리도록 투발수단을 다양화하는 능력을 시험하는 것도 경계 대상이다.
사전탐지가 어려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개발 막바지다. 모두 핵탄두 장착을 염두에 둔 미사일들이다. 이춘근 책임연구위원은 “탄두의 표준화는 SLBM인 북극성-1과 육상형인 북극성-2에 동일한 탄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다수의 예비탄두를 보유함으로써 선제공격을 당해도 살아남은 투발수단으로 반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핵 동결이나 핵 폐기를 하더라도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돼 가고 있어 북한의 비핵화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1차 북핵 동결과 경제적 보상→폐기 후 보상이라는 2단계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ICBM 발사시험에도 성공해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 단계에 진입한다면 ‘핵 동결 후 폐기’라는 해법은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북핵 비핵화를 시도하면서도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수 기자 jeong.yoo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