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모두 국내 최대의 단편 영화 축제인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재능 있는 감독들의 ‘떡잎’을 알아보는 등용문으로 꼽힌다. 나홍진 감독은 ‘완벽한 도미요리’로 제4회 영화제에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조성희 감독 또한 ‘남매의 집’으로 제8회 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이들 외에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 역시 이 영화제 출신으로, 현재 충무로에서 인상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후원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부문별로 개성 있는 작품들이 많지만 올해는 특히 ‘비정성시’ 부문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에 이야기부터 직장에서 여성의 위치, 미혼모 가족 등의 이슈를 신인감독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그려낸 17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박준용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인권·빈곤·이주·고독사·실업과 취업 등 현재 한국 사회의 비정한 현실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삶의 편린을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들이 대거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집행부와 심사위원의 이름도 이번 영화제에 기대를 더한다. ‘암살’‘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이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를 총괄하고,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이 심사위원장으로 수상작 선정을 이끈다. 윤제균·김태용 감독도 본선 심사에 참여하며 염정아·소지섭·김고은·김옥빈 등 배우들도 명예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부문별 심사를 맡는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2002년 이현승·김성수·김지운·박찬욱·봉준호 등 당대 최고의 감독들이 한국영화의 기초 자산인 단편영화를 대중에 널리 알리고 후배 감독을 양성하자는 취지에 의기투합하면서 시작됐다. 엔딩크레딧을 포함해 40분 이하의 짧은 영화만 출품이 가능하다. ‘미쟝센(mise-en-scene)’이란 영화제 명칭은 후원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헤어 코스메틱 브랜드에서 왔다. ‘화면 안의 공간 구성’ ‘연출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영화 용어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은 1회부터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후원하고 있다. ●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미쟝센 단편영화제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