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덧칠한 크레파스를 긁어내 형상을 이루다

중앙일보

입력 2017.06.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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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파스로 알록달록 그림을 그린 뒤 그 위를 온통 검정으로 칠하고는 다시 문구용 칼로 삭삭 긁어내던 초등학교 미술 시간의 추억, 누구에게나 있다. 제주도 토박이인 작가 한중옥(60)이 그 반대로 해보면 어떨까 하고 자신만의 크레파스 회화에 천착한 것이 올해로 40년째. 검정 위에 꾹꾹 덧입힌 다양한 색을 유화 나이프로 날렵하게 긁어내 구멍이 숭숭 뚫린 제주의 용암석을, 소나무와 대나무 숲을, 그리고 자애로운 미소의 부처님을 만들어낸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그의 스타일을 두고 “조각적인, 일종의 마이너스적 그리기”라고 표현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요철의 향방이 바뀌어 다른 느낌이 생기는 신기한 체험은 덤이다.  
 
 
글 정형모 기자,  사진 한중옥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