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리기후협약 탈퇴 거센 후폭풍 … 지자체들 단체 만들어 유엔과 협상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 다음 날인 2일(현지시간) 미국의 날씨 사이트인 웨더닷컴(weather.com)이 내보낸 뉴스다. 이 사이트는 증거로 북극 해빙, 홍수 등 재난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이래도 기후변화를 믿지 못하겠느냐고 트럼프를 압박했다. 이날 밤 미국의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미국이 (파리협약을 탈퇴한) 시리아·니카라과와 한 부류가 됐다”면서 트럼프의 결정을 조롱했다.
피츠버그 빌 페두토 시장 격노
“우린 세계와 파리협약 따를 것”
마크롱 “지구 미래에 대한 실수”
피츠버그뿐 아니라 미국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60개 시장도 트럼프의 결정에 반대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한 사람이 우리의 미래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주지사 3명, 시장 30명, 대학 총장 80여 명, 기업 100여 곳은 단체를 결성해 파리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취지로 유엔과의 협상을 추진한다. 이 단체를 후원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미국 정부는 협약을 탈퇴할 수 있지만 미국인들은 계속 협약을 지킨다”고 발표했다.
나라 밖에서도 트럼프는 사면초가다. 트럼프는 탈퇴 후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맞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의 결정이 “미국은 물론 지구의 미래에 실수”라고 비판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회견 후 “우리는 미국의 탈퇴 결정이 큰 실수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탈퇴 결정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버트 스타빈스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일 중앙일보가 주최한 제주포럼에 참가해 “파리협약에 따라 가입국은 3년간 탈퇴할 수가 없고 이후에도 1년간 공지기간을 둬야 하기 때문에 완전 탈퇴까지는 4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트럼프가 탄핵될 경우 파리협약이 없었던 일이 되고, 탄핵되지 않더라도 기후 문제는 차기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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