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팬들이 고대해 온 이들의 첫 내한공연 ‘라이프(Life)’(5월 18~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올해로 36회를 맞은 국내 최장수 현대무용축제 ‘국제현대무용제(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 이하 모다페)’ 개막작으로 초청됐다. ‘헬로, 마이, 라이프?!(Hello, My, Life?!)’라는 주제로 열리는 ‘모다페 2017’(5월 17일~31일 아르코예술극장 등)은 7개국 31개 단체 186명의 아티스트를 초청해 세계 현대무용의 현재를 보여준다.
17일 막 올리는 국제현대무용제(MODAFE) 2017
뉴욕타임스가 “기립 박수가 절로 터져 나온다”고 극찬한 이스라엘 키부츠 현대무용단의 ‘하늘의 말들(Horses In The Sky)’(5월 30~3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세계 유명 무용단들의 안무 의뢰를 꾸준히 받고 있는 라미 베에르 예술감독이 안무는 물론 무대·조명·의상·음악편집까지 도맡았다. 강렬한 미장센과 역동적인 감성, 클럽 문화와 테크노 음악의 리듬을 결합한 첨단 감각으로 현대무용의 최신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꼽힌다.
벨기에 무용단 ‘페트리 디쉬’의 ‘만료일(Expiry Date)’(5월 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은 런던 마임국제페스티벌, 반 안트워프 페스티벌 등 유럽 유수의 페스티벌과 극장에서 공연된 화제작. 춤·연극·저글링·아크로바틱의 섬세한 결합을 통해 삶이 소진해 가는 노인의 기억 속에 엄청난 삶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복잡하게 연결되어 정교하게 움직이는 무대 위 기계장치들도 볼거리.
올해의 기획 프로그램 ‘현대무용 불후의 명작’ 시리즈도 흥미롭다. 우리 현대무용계 대모급 안무가들과 함께 현대무용 시간여행을 떠나는 컨셉트로, ‘20년 이상 된 무용 단체의 10년 이상 된 대표 레퍼토리’ 재연을 통해 신구 세대간 대화를 도모하는 뜻깊은 시도다. 김혜정 모다페 조직위원장은 “레퍼토리 재연을 현대무용 발전의 디딤돌로 삼는 서양에 비해 한국은 신작에만 몰두하는 경향 탓에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옛 레퍼토리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태극기·한글 등 한국적 이미지를 모티브로 활용하는 밀물현대무용단 이숙재 안무가는 신라의 화랑 기파랑의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신념을 그린 ‘(신)찬기파랑가’(2005)로 혼란한 우리 시대를 은유한다. 초연부터 주역으로 활약한 이해준 한양대 교수가 재구성을 맡았다. 세계현대무용사전에 등재된 전미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가지마세요’(2006)도 서울무용제 연기상·음악가상·춤비평가상·무용예술상 등을 휩쓸었던 명품 공연이다.
그밖에 김보라의 ‘소무’, 이동하의 ‘게르니카 어게인’, 정수동의 ‘사브라사브라’ 등 젊은 안무가들의 새로운 트렌드와 함께 류석훈의 ‘시퀀스’, 김영미의 ‘앙리의 빨간 물고기’ 등 중견 안무가들의 선굵은 작품도 고루 만날 수 있다. ●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모다페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