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군사조치 시나리오
대북 군사 조치는 국제정치적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하나같이 길이 험하다. 우선 북한이 어떠한 협상도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로 가시적인 도발을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수적이다. 이에 맞서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와 지도부의 적극적인 판단이 선행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자칫 가장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 눈과 귀, 수뇌부 제거 후
핵·미사일 시설 초토화 나설 듯
기만작전 통해 허 찌를 가능성 커
수도권 겨냥 장사정포 무력화 등
다른 곳과 달리 어려운 작전 될 듯
물론 군사 조치가 이 같은 전제조건의 충족과는 무관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무력 사용은 종종 상식과 논리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미국이 대북 군사 조치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를 알아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 인포그래픽은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우선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 공중전력을 전개해 지하벙커를 제거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등으로 북한군 지휘통신 능력을 마비시킨다. 그런 다음 정밀유도폭탄 등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을 초토화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핵실험장을 지하구조물까지 깡그리 무너뜨려 핵을 전력화하는 과정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작전의 대강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 소개된 작전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6·25전쟁이 끝난 뒤 70년이 가깝도록 전쟁준비만 해온 북한이 이런 작전을 모를 리가 없다. 북한도 미국의 군사 조치에 상당히 대비하고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대북 군사 조치를 한다면 여기에 거론되지 않는 기만작전과 비밀작전, 그리고 허를 찌르는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비상식적이며 창의적인 인천상륙작전으로 적의 허를 찌르고 전세를 뒤집은 6·25전쟁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겠다.
여기에 미국의 동맹국이자 북한과 국경을 맞댄 대한민국의 안전에 대한 고려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장사정포, 방사포를 발사하지 못하도록 지휘통제시스템을 무력화하거나 이를 제거하는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작전이 다른 곳에서의 미군 작전과 달라야 하는 이유다. 인구 2000만 명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이 북한의 코앞에 있는 상황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점은 한둘이 아니다. 북한이 정상국가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이버 공격이다. 통상 21세기 전쟁에선 군사조치 전에 사이버 공격으로 적의 통신과 네트워크를 마비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북한은 네트워크가 외부와 연결된 인터넷망보다 폐쇄적이고 단절된 인트라넷 중심이라 효과가 별로 없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중국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북한의 사이버 전사들을 사전에 차단해 대한민국의 사이버 보안을 지키는 일이 필요할 수 있다. 북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감안해야 그들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전쟁을 막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군사적 조치가 전개된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어떻게든 승리해야 한다는 의지와 전술, 그리고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기도 하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