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내 말 들리니” 사람·장애물 피해 스스로 무대에 등장

중앙일보

입력 2017.04.02 01:27

수정 2017.04.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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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각축장 된 서울모터쇼

제로백 4.9초를 자랑하는 기아 ‘스팅어’. 호랑이코 그릴에 더해 차체는 최대한 낮게, 후드는 최대한 길게 디자인해 스포츠 세단 성격을 극대화했다. [뉴시스]

1 지난달 30일 서울모터쇼에서 황승호 현대차 부사장이 아이오닉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인 후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 현대차]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프레스 콘퍼런스 현장에서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연구개발부문)은 발표 도중 갑자기 무대 뒤편으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1m 높이 원통형 스피커에 대고 차량을 호출했다.
 
“블루링크, 아이오닉을 메인 스테이지로 보내줘.”

현대차·벤츠 등 스마트카 선보여
BMW “ACES가 자동차 산업의 미래”
정의선 부회장은 네이버 부스 방문

기아차, 스포츠 세단 ‘스팅어’ 공개
제로백 4.9초, 최고출력 370마력
“BMW 4시리즈, 아우디 A5와 경쟁”

‘차량을 목적지로 이동시킨다’는 인공지능(AI) 비서의 대답과 함께 무대 뒤편에 있던 아이오닉이 황승호 차량지능화사업부장(부사장)을 태우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 부사장은 차량간(V2V) 통신, 인포테인먼트 등 스마트카 기술 개발을 위해 2014년 삼성전자에서 스카우트한 인물이다. 황 부사장과 운전대에 앉은 연구원은 운전대는 물론 어떤 버튼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이오닉은 장애물이 나타나자 스스로 서고, 구불구불한 길도 유연하게 빠져나와 무대 가운데 정확히 자리 잡았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2년마다 개최되는 서울모터쇼가 다시 막을 올렸다. 총 42종의 신차가 선을 보였다. 고성능차는 폭발적인 성능으로 매니어의 감성을 자극했고, 친환경 자동차는 연비 효율성을 내세워 경제성을 따지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또 정보기술(IT) 업체 네이버가 처음으로 모터쇼에 참가해 자율주행기술의 발전 방향을 보여줬다.


2 BMW 부스에는 SUV ‘X시리즈’, 스포츠 쿠페 ‘GT’ 등 차량 18종이 전시됐다. [뉴시스]

3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왼쪽)가 ‘메르세데스-AMG GT R’을 선보이고 있다. 최고 속도 318㎞의 고성능차로 ‘녹색 괴물’로도 불린다.

4 GM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순수전기차 ‘볼트’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메르세데스 고성능 브랜드 AMG 독자 전시
5월 출시에 앞서 서울모터쇼에서 선공개된 스팅어는 기아자동차의 첫 후륜 기반 4륜구동 스포츠 세단이다. 엔진은 가솔린 3.3L 터보, 2L 터보, 2.2L 디젤 세 가지다. 특히 3.3 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370마력,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4.9초를 자랑한다. 제로백이 짧다는 건 그만큼 가속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디자인은 아우디 A시리즈를 세계적 차로 키워낸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담당 사장이 주도했다. 기아차 특유의 호랑이 코 그릴에 더해 차체는 최대한 낮게, 후드(차량 보닛)와 휠 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는 최대한 길게 설계됐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방향성에 철저하게 부합한 디자인이다. 기아차는 “항공기 디자인을 모티브로 삼아 역동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스팅어는 앞서 올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최고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기아차가 스팅어에 들이는 정성은 지대하다. 엠블럼도 ‘KIA’가 아닌 독자 엠블럼(E)을 들고 나왔다. 차량명도 당초 ‘K8’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나 새로 지었다. 서보원 기아차 마케팅실장(이사)은 “특별함(exclusive), 정교함(exquisite), 진화(evolutionary) 등 세 가지 의미를 담았다”며 “경쟁작은 BMW 스포츠쿠페 4시리즈, 아우디 A5 스포츠백”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최하위 모델이 3000만원대 후반, 주력 모델은 4000만원대가 될 전망이다. 아직 실내 인테리어 등 차량 내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독일의 명가 메르세데스-벤츠는 최대 규모 부스(2000㎡)로 맞불을 놨다. 특히 고성능 브랜드 AMG 전시관을 별도로 차렸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AMG는 하나의 엔진을 엔지니어 한 명이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등의 투철한 장인정신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달 제네바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한 ‘메르세데스-AMG GT 콘셉트카’가 2주 만에 한국에 공수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8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돼 816마력을 내고, 3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벤츠는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카브리올레(지붕없는 차)·쿠페 등 E클래스 하위 모델 2종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는 E클래스 쿠페를 직접 운전하며 무대에 등장했다. 중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모델이다. 콘퍼런스 자리에서 그는 LTE 기반의 커넥티드카 서비스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를 공개했다. 실라키스 대표는 “자동차는 집·사무실 등 생활공간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자동차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판매대수 뿐만 아니라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도 ‘수입차 리더’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국내에서 5만6343대를 팔아 BMW(4만8459대)를 누르고 수입차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2003년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첫 참가 네이버는 실시간 맵핑기술 선보여
지난달 뉴 5 시리즈를 내놓으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 BMW는 7시리즈 최상위 모델 ‘뉴 M760Li x드라이브’를 대표 상품으로 내놨다. 세단이지만 최고 출력 609마력, 제로백은 3.7초에 불과하다.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2억2330만원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트랜드는 ACES(Automatic, Connected, Electric, Share)로 대표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각종 모바일 기기와 연결돼 있고, 전기 에너지를 새로운 동력 기관으로 쓰며, 카 셰어링 서비스가 일상화된다는 의미다. 그는 “BMW는 2021년 완전 자율주행차를 통해 다른 세상을 소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 기업답게 네이버는 향후 완성차 산업의 발전상을 양적 성장 대신 차량 렌털, 카 셰어링 등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봤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딥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토대로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자율주행차는 차량 상단부에 3차원 스캐닝 시스템 ‘라이다(LiDAR)’를 탑재했다. 차량 전·후방에는 카메라 8대와 위성항법장치(GPS) 센서를 장착했다. 라이다와 카메라 8대, GPS 센서를 통해 만들어진 각종 데이터는 클라우드 센터로 보내져 실시간으로 도로 환경을 합성해 보여준다.
 

네이버의 지도 제작 로봇 M1

독특한 모터쇼 부스 배치도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를 무대 중앙에 배치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는 달리, 네이버는 GPS 센서와 카메라 등이 달린 자율주행차를 부스 구석에 놔뒀다. 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든 3차원 미로와 대형 스크린이 무대 가운데 놓였다. 콘퍼런스 도중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지도 제작 로봇 M1이 미로 사이를 훑고 다니며 3분 만에 3D 지도를 완성해 화면에 띄웠다.


이날 네이버 부스에는 뜻밖의 손님도 찾아왔다. 바로 정의선(47) 현대차 부회장이다. 2박 3일 베트남 출장을 마치자마자 예고 없이 모터쇼 현장을 찾은 정 부회장은 메르세데스-벤츠, 마세라티 등 완성차 대신 네이버 부스를 찾았다. 특히 정 부회장은 네이버가 제작한 각종 센서가 부착된 ‘프리우스V’를 유심히 살폈다. 이후 현대차 부스로 이동해 약 15분간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살폈다. 그는 ‘홈투카’ 등 현대차의 각종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점검하고는 “잘 됐다”고도 말했다.
 
 
고양=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