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각축장 된 서울모터쇼
“블루링크, 아이오닉을 메인 스테이지로 보내줘.”
현대차·벤츠 등 스마트카 선보여
BMW “ACES가 자동차 산업의 미래”
정의선 부회장은 네이버 부스 방문
기아차, 스포츠 세단 ‘스팅어’ 공개
제로백 4.9초, 최고출력 370마력
“BMW 4시리즈, 아우디 A5와 경쟁”
2년마다 개최되는 서울모터쇼가 다시 막을 올렸다. 총 42종의 신차가 선을 보였다. 고성능차는 폭발적인 성능으로 매니어의 감성을 자극했고, 친환경 자동차는 연비 효율성을 내세워 경제성을 따지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또 정보기술(IT) 업체 네이버가 처음으로 모터쇼에 참가해 자율주행기술의 발전 방향을 보여줬다.
메르세데스 고성능 브랜드 AMG 독자 전시
디자인은 아우디 A시리즈를 세계적 차로 키워낸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담당 사장이 주도했다. 기아차 특유의 호랑이 코 그릴에 더해 차체는 최대한 낮게, 후드(차량 보닛)와 휠 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거리)는 최대한 길게 설계됐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방향성에 철저하게 부합한 디자인이다. 기아차는 “항공기 디자인을 모티브로 삼아 역동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스팅어는 앞서 올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최고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기아차가 스팅어에 들이는 정성은 지대하다. 엠블럼도 ‘KIA’가 아닌 독자 엠블럼(E)을 들고 나왔다. 차량명도 당초 ‘K8’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나 새로 지었다. 서보원 기아차 마케팅실장(이사)은 “특별함(exclusive), 정교함(exquisite), 진화(evolutionary) 등 세 가지 의미를 담았다”며 “경쟁작은 BMW 스포츠쿠페 4시리즈, 아우디 A5 스포츠백”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최하위 모델이 3000만원대 후반, 주력 모델은 4000만원대가 될 전망이다. 아직 실내 인테리어 등 차량 내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독일의 명가 메르세데스-벤츠는 최대 규모 부스(2000㎡)로 맞불을 놨다. 특히 고성능 브랜드 AMG 전시관을 별도로 차렸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AMG는 하나의 엔진을 엔지니어 한 명이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등의 투철한 장인정신이 특징이다. 특히 지난달 제네바 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한 ‘메르세데스-AMG GT 콘셉트카’가 2주 만에 한국에 공수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8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돼 816마력을 내고, 3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
벤츠는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카브리올레(지붕없는 차)·쿠페 등 E클래스 하위 모델 2종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는 E클래스 쿠페를 직접 운전하며 무대에 등장했다. 중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모델이다. 콘퍼런스 자리에서 그는 LTE 기반의 커넥티드카 서비스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를 공개했다. 실라키스 대표는 “자동차는 집·사무실 등 생활공간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자동차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은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판매대수 뿐만 아니라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도 ‘수입차 리더’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국내에서 5만6343대를 팔아 BMW(4만8459대)를 누르고 수입차 판매 1위 자리에 올랐다. 2003년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첫 참가 네이버는 실시간 맵핑기술 선보여
IT 기업답게 네이버는 향후 완성차 산업의 발전상을 양적 성장 대신 차량 렌털, 카 셰어링 등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봤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딥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토대로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자율주행차는 차량 상단부에 3차원 스캐닝 시스템 ‘라이다(LiDAR)’를 탑재했다. 차량 전·후방에는 카메라 8대와 위성항법장치(GPS) 센서를 장착했다. 라이다와 카메라 8대, GPS 센서를 통해 만들어진 각종 데이터는 클라우드 센터로 보내져 실시간으로 도로 환경을 합성해 보여준다.
이날 네이버 부스에는 뜻밖의 손님도 찾아왔다. 바로 정의선(47) 현대차 부회장이다. 2박 3일 베트남 출장을 마치자마자 예고 없이 모터쇼 현장을 찾은 정 부회장은 메르세데스-벤츠, 마세라티 등 완성차 대신 네이버 부스를 찾았다. 특히 정 부회장은 네이버가 제작한 각종 센서가 부착된 ‘프리우스V’를 유심히 살폈다. 이후 현대차 부스로 이동해 약 15분간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살폈다. 그는 ‘홈투카’ 등 현대차의 각종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점검하고는 “잘 됐다”고도 말했다.
고양=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