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제3지대 후보 단일화 어떻게
당장 홍준표 한국당 후보가 단일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며 “한국당 후보가 된들 초상집 상주 노릇밖에 더 하겠느냐”고 말한 것도 단일화를 향한 절박감을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기존의 원칙 있는 단일화 기조에서 탈피해 자강론을 앞세우며 완주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보수진영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양측의 헤게모니 쟁탈전과 맞물리면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홍준표·유승민 단일화 놓고 기싸움
지방선거 등 감안 양보 쉽지 않지만
“결국 연대 불가피” 관측 적지 않아
보수 단일화→중도 단일화 큰 그림
김종인·정운찬 통합 행보도 본격화
외나무다리서 다시 만난 홍준표·유승민
이런 가운데 보수 단일화 논의의 흐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 후보가 “억지로 매달리지 않겠다”며 단일화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면서다. 여기에는 한국당과 연대할 경우 ‘새로운 보수’를 지향한 당의 존립 기반이 뿌리째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내 친박계를 겨냥해 강도 높은 인적 청산을 단일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선 이후 새롭게 짜일 여야 구도와 내년 지방선거까지 감안할 경우 대선 후보를 포기하기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수 후보 단일화 논의는 구체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전망이다. 막대한 선거자금 조달과 선거비용 추후 보전 등 현실적 장애물이 단일화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대선 보조금은 18일 각 당에 지급된다. 한국당은 119억여원을, 바른정당은 63억여원을 지원받는다. 변수는 선거비용 보전 문제다. 공직선거법상 15% 이상 득표한 후보에겐 최대 509억원에 달하는 선거비 전액을, 10~15% 득표한 후보에겐 50%를 돌려주게 돼 있다. 하지만 현재 홍 후보와 유 후보 모두 지지도가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독자 출마를 고집할 경우 자칫 대선 이후 빚더미에 허덕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보수층의 동정여론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 문제가 일단 정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보수표 결집의 새로운 출발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한국당 내에선 박 전 대통령 구속을 ‘박근혜 대 노무현’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뇌물사건 재수사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당은 한발 더 나아가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의혹도 파고들 계획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사건의 발화점이기도 했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와 대비시켜 반문 표심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제3지대 ‘공동정부 준비위’ 띄우기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공동·통합정부 대 단독정부’가 이번 대선의 기본 구도라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확장력 한계 논란에 휩싸인 문 후보와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복안이다. 정 전 총리는 “현재 상황은 대통령 보궐선거를 앞둔 비상시기”라며 “개헌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핵심 가치로 공동정부 구성에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 측근은 “이르면 이달 초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통합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선 제3지대에서 독자 대선 후보를 낸 뒤 보수진영과의 연대를 통해 중도·보수 단일 후보를 만들어 내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문제는 최명길 의원 외에 김종인·정운찬 조합에 가세하려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확산되지 않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부상으로 중도·보수 지지 기반이 잠식되면서 추동력을 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런 장애물을 돌파해 안 후보까지 포함하는 단일화를 이뤄낸다면 문 후보를 충분히 앞지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관건은 보수·중도와 영남·호남 등 이질적 표심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 내느냐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은 연대의 장애물이 될 수도, 통합을 촉진시키는 가속페달이 될 수도 있다.
정용환 기자 cheong.yongw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