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김수남 총장의 장고 왜
수사 다 했다면 영장 필요성 떨어져
법원에 추가 수사 필요성 설득해야
“영장 청구하기엔 특검 수사 부실”
일부선 “보강 수사 필요” 관측도
촛불·친박 집회는 검찰 압박 계속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경우다. 정치적 고려를 제외한다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수사상 필요성이다. 벌 주는 게 구속의 목적이 아닌 만큼 검찰은 피의자 신병을 확보해 집중적으로 수사할 필요성이 있을 때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즉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미 다 진행됐다면 검찰 입장에선 구속할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기다. 검사 출신인 정태원 법무법인 에이스 변호사는 “특검이 석 달간 수사해 10만 페이지나 되는 기록을 넘겼고 피의자 조사까지 마친 현 상황에 비춰보면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조사가 다 끝났는데 왜 구속하냐?고 물을 수 있다. 추가 수사 필요성을 법원에 설명할 근거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설명했다.
구속기소 후 무죄 땐 엄청난 역풍
“특검 수사기록을 일부 봤는데 부실했다. 나머지 부분도 비슷하다면 검찰 입장에선 난감할 것 같다. 일시적 조직인 특검과 달리 검찰은 기소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뒤 법원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검찰뿐만 아니라 다음 정권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는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여론에 떠밀려 바로 영장을 청구하고 특검이 수사한 대로 그냥 기소할 게 아니다. 검찰은 지금 내딛는 한 발짝 한 발짝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르면 27일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인 가운데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5일 촛불집회를 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두 번째 집회다. 광화문광장에 모인 이들은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수사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 전면적으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 구속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구속 땐 보수층 결집 촉매제 될 수도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보수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구시대의 종언을 상징하는 한 장면으로 각인되면서 향후 대선 국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이 경우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주자 “법대로” 속 입장 엇갈려
바른정당에서도 유승민 후보는 “불구속 수사와 기소가 맞다. 나중에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면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되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경필 후보도 “누구든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당초 견해에서 “영장 청구와 발부는 검찰과 법원이 판단할 일이고 정치권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신중론으로 선회한 상태다.
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선 원칙론과 구속 수사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모든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라며, 안희정 후보는 “법과 정의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며 원론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비슷한 입장이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구속 수사와 엄정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정용환·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정용환·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