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 늘리는 크라우드펀딩
이처럼 여러 사람이 지갑을 열면서 모은 쌈짓돈이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자금난에 허덕이는 스타트업 기업을 살리고 있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손쉽게 기부나 후원할 수 있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잇달아 생기면서 착한 소비에 투자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영각 KB증권 투자솔루션부 차장은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단어 그대로 블특정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일정 기간 내 목표 자금을 조달받지 못하면 펀딩에 실패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생 기업이나 개인은 담보 없이 뛰어난 아이디어만으로 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고 투자자는 1만원 등 소액으로도 예술가를 후원하거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크라우드펀딩액 39조원
400억 규모 한국은 걸음마 단계
온라인에서 클릭 한번으로 참여
종양 환자 살리려 3만 명 기부도
예술가·기업 돕는 플랫폼도 늘어
“증권형 펀딩 투자 한도 늘려야”
펀딩 방식은 기업 프로젝트에 기부하거나 투자한 뒤 물품(신제품)으로 돌려받는 기부·보상형, 개인이 돈을 빌려준 뒤 프로젝트가 끝난 뒤 원리금을 상환받는 대출형, 투자를 목적으로 신생 기업에 투자하는 지분형 3가지로 나뉜다.
어려운 이웃, 예술가 돕는 해피빈·텀블벅
가난한 예술가를 후원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도 유명하다. 텀블벅 사이트에 출판·게임·공연 등 문화·예술계 제작자의 프로젝트를 소개한 뒤 일정기간 후원 목표액을 모으는 방식이다. 텀블벅 관계자는 “최근 획일적인 공산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취향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들이 창작자의 프로젝트를 응원하고 후원하는 제2의 창작자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공한 펀딩 수만 18만 건으로 1년 전(약 6만 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민경(25)씨는 지난해 텀블벅에서 페미니즘을 알리는 저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을 출판하기 위해 후원금을 모집했다. 놀랍게도 20일 만에 4300만원이 넘는 금액이 쌓였다. 이뿐이 아니다. 이 책은 대형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이씨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며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독립출판사 봄알람을 세운 뒤 적극적으로 여성 인권을 알리는 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국내에서 2007년 개인간(P2P) 중금리 대출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에잇퍼센트다. 대출자와 투자자를 직접 연결하는 모바일 대출·투자 중개서비스로 2금융권보다 저렴하고 합리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 2년간 에잇퍼센트의 연평균 수익률은 9.7%이며 누적 대출액은 517억원에 이른다.
스타트업의 자양분 되는 증권형 펀딩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각종 규제부터 완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중국은 크라우드펀딩을 국가 차원에서 창업 장려 지원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는 2015년 상반기에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규모가 100억 위안(1조67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0%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김영규 전자부품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증권형은 일반 투자자는 한 기업에 200만원 이상 투자할 수 없고 연간 500만원을 넘기지 못한다”며 “개인 투자자에 대한 투자금액 상한액이 낮아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각 차장은 “한국 사회에서 스타트업이 기술이나 제품 개발에 실패하면 재기하는 게 쉽지 않다”며 “정부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원활한 자금 조달뿐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