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걱정이 많아 마음이 편치 못한 상태를 말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흔한 감정이다.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오히려 그 상황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준이라면 치료가 필요하다.노인은 불안장애에 취약하다.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고 가족이나 주변사람과 이별·사별하는 일을 종종 겪는다. 예전과 달리 노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건강을 잃었을 때 돌봐줄 사람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운다.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불안장애는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긴장성 두통과 요통, 목 근육통이 대표적이다. 구역질이 나거나 어지럼증이 생기기도 한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우 교수는 “불안감이 반복될 경우 뇌 속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한다”며 “교감신경이 흥분할 때 근육 긴장이나 가슴 두근거림, 손발 떨림, 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뇌 속 교감신경 지나치게 활성화
두통·구역질·어지럼증 생겨
방치하면 심혈관 기능에 악영향
복식호흡이 증상 완화에 도움
노인 불안장애 환자의 경우 이런 신체 증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증상이 여러 신체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긴다. 그래서 몸에 큰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홍나래 교수는 “노인 불안장애 환자는 건강·노화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건강 염려증이 심해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다 잘못된 치료를 받거나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년기에는 불안장애의 종류 가운데 ‘범불안장애’가 가장 흔하다. 범불안장애는 과도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 지나치게 긴장돼 있어 쉽게 놀라거나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성인기 때부터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도 많다.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을 동반하면 증상이 심해진다.
‘광장공포증’과 ‘공황장애’는 노년기에 처음 나타날 수 있다. 광장공포증은 광장이나 공공장소,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에 혼자 남아 있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노년기에는 공포의 주제가 낙상이나 범죄에 대한 것이 많다. 광장공포증 환자의 대부분이 공황장애를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기치 못한 극단적인 불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다. 갑작스럽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한다. 이때 죽음에 이를 것 같은 극도의 불안감이 함께 찾아온다.
문제는 이런 불안장애를 방치할 때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만성화돼 심혈관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불안감은 몸속에서 사이토카인 같은 염증 유발 물질을 많이 분비시킨다. 이런 물질이 활발히 활동하면 심장의 혈관이나 근육을 경직시킨다. 협심증 같은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인지기능도 영향을 받는다. 나경세 교수는 “사소한 일에 안절부절 못하다 보니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며 “정작 중요한 일은 잊어버리는 건망증 증상을 자주 호소한다”고 말했다.
불안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은 뭘까. 우선 환자가 불안감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불안감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불안감이 엄습해 올 때 잘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복식호흡 같은 행동요법은 불안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복식호흡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호흡법이다. 숨을 내쉴 때는 배를 내밀어 횡경막을 자극하도록 한다. 횡경막의 움직임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교감신경이 상대적으로 약화돼 몸과 마음이 차분해진다. 처음에는 1~2분 동안 반복하고 익숙해지면 5~6분으로 점점 늘린다.
이런 방법으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불안 증상을 치료할 때는 주로 항불안제·신경안정제가 쓰인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평소에 먹는 약이 많은 편이다. 나 교수는 “약에 들어있는 성분이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환자·보호자는 복용 약에 대한 정보를 의사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이나 친구가 도와줘야 할 부분도 있다. 불안장애 환자 중에는 스스로 정신과적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인식을 하더라도 병원을 찾는 데 부정적인 편이다. 불안장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격려해 줘야 한다. 평소에 환자와 자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홍 교수는 “그동안의 일을 떠올리며 걱정을 해서 해결된 일이 있는지 없는지 얘기를 하다 보면 객관적인 시각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이런 증상 있으면 불안장애 의심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식욕이 떨어진다.
●짜증이 많아지고 예민해진다.
●사소한 일에도 안절부절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과 요통, 목 근육통을 자주 호소한다.
●늘 긴장하고 쉽게 편안해지지 않는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