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에도 국가대표급 디자이너들이 총 동원됐다.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랑스의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 미국의 랄프 로렌, 영국의 스텔라 매카트니, 캐나다의 댄&딘 케이튼 쌍둥이 형제 등이다. 이들의 옷을 입은 선수들이 등장한 개막식은 또 다른 의미의 런웨이였다. 모두 자국의 브랜딩을 위한 상징과 컬러들이 적극 사용됐고 바로 거리에 입고 나가도 괜찮을 만큼 세련된 디자인을 뽐냈다.
전통적 무도 종목인 태권도에서도 이런 패션 정책은 변화를 보였다. 그동안 태권도복은 상하의 모두 흰색이 규정이었다. 한데 이번 올림픽부터 세계태권도연맹이 흰색 아닌 색깔로 된 도복 하의 착용을 허용했다. 63개 참가국 중 영국·스페인·브라질 등 20개국이 자국을 상징하는 컬러의 하의를 입고 출전했다. 컬러는 허용하되 디자인 요소나 패턴은 없는 단일색이어야 한다고 했던 규정도 각국 협회의 요청으로 수정됐다. 덕분에 이란·튀니지·이집트는 검정, 코트디부아르는 주황, 모로코는 빨강 하의에 자국의 국기를 각각 그려넣었다.
대한민국 태권도복은 이전처럼 흰색 상하의를 입었다. 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이를 두고 “종주국으로서 전통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어 우선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만약 한국 태권도복이 새롭게 디자인됐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경기에서 각국 응원단의 모습을 볼 때마다 드는 질문이 ‘왜 우리는 국기 디자인을 응용한 티셔츠가 없을까’ 하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서 ‘붉은 악마’와 그들의 상징인 붉은 티셔츠가 한국 응원단의 공식 유니폼처럼 자리 잡았을 뿐이다. 국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달리는 응원단은 많았어도 국기 디자인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루카랩의 태극기 디자인 제품이 젊은 층에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원형의 태극문양을 선으로 바꾸고, 사방으로 퍼져 있는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를 한 줄로 배열한 디자인이 모던해보이기 때문이다.
4년마다 한 번씩 치러지는 올림픽을 언제까지 단순한 애국주의와 드라마로만 지켜볼 순 없다. 전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거대한 패션 전시장’으로서 보다 영리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