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핑크리본이 의미하는 것

중앙일보

입력 2016.10.1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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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리본을 보면 수줍음·소녀·봄·설레임·사랑 같은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해마다 10월이 되면 달라진다. 핑크 리본은 ‘삶에 대한 열정과 강인한 여성성’의 상징으로 바뀌는 것이다.


10월은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 의식 향상의 달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유방암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핑크리본이 전 세계 도시의 랜드마크를 뒤덮는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여성에게 가장 발병빈도가 높은 유방암의 심각성을 알리고 여성에게 조기 진단을 권장해 발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국제적인 캠페인이다.


핑크리본이 유방암의 상징으로 사용된 것은 1991년부터다. 미국 뉴욕에서 유방암 생존 환자들을 위한 달리기 대회를 개최하면서 참가자에게 핑크리본을 나눠준 것이 시작이다.


그런데 왜 하필 핑크리본이었을까. 이야기는 1913년 뉴욕에서 시작됐다. 당시 여성들은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기 위해 코르셋을 입었다. 사교계의 여왕인 메리 펠프스 제이콥스는 파티 의상으로 시스루 소재의 드레스를 고른 후 고민에 빠졌다. 코르셋을 벗자니 가슴이 훤히 드러나고 입으면 드레스 밖으로 비치는 모습이 흉한 게 문제였다. 제이콥스는 고심 끝에 손수건 두 장을 가지런히 놓고 실로 꿰맨 다음 핑크색 끈을 연결해 가슴을 가렸다. 최초의 현대적인 브래지어였던 셈이다. 당당하게 시스루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나타난 메리 펠프스의 모습은 단연 화제였다. 가슴을 조이던 코르셋 대신 그녀가 선택한 ‘핑크리본 브라’는 가슴의 자유와 아름다움, 건강함을 상징하게 됐다.


굳이 10월에 열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 올해가 가기 전, 반드시 유방암 검사를 해보라는 의미다. 유방암은 한국 여성들이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이 걸리는 암으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발병률이 높지만 조기 치료하면 완치율이 90%를 상회한다. 해마다 지구촌 곳곳에서 핑크 리본 캠페인이 펼쳐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유방암에 대한 의식이 향상되고, 자가 검진을 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나면 유방암의 완치율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지현과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도 참여]


최근에는 다양한 기업에서 후원 활동을 통해 핑크리본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주로 건강 강좌를 열고, 마라톤 행사를 후원하고, 한정판 제품을 만들어 수익금을 기부하는 형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핑크리본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지난 2000년 설립기금 전액을 출자해 비영리 공익재단인 한국유방건강재단을 설립했고, 핑크리본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핑크리본 사랑마라톤’이다. 2001년 시작해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한 대회로 지난해까지 약 27만5000여 명이 참가했고 총 29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했다.

헤라 모델 전지현


올해도 지난 9일 여의도공원에서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서울대회가 열렸다. 정기적인 유방암 자가검진을 독려하는 ‘내가슴애(愛) 약속’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1만여 명의 참가자가 여의도 일대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헤라의 전속모델 전지현,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등도 동참해 유방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렸다.


참가자들은 자가검진 방법, 유방암 상담 등 다채로운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헤라(HERA)와 아리따움 등 후원 브랜드들의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돼 가족 모두가 건강한 아름다움을 함께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아모레퍼시픽은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대회뿐 아니라 유방암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유방건강강좌인 ‘핑크투어’ 프로그램, 핑크리본 일반인 홍보대사 ‘핑크제너레이션’ 운영 등이 그것이다. ‘핑크투어’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에서 820여 회에 걸쳐 21만 명이 넘는 일반인이 참여했다. 유방자가검진법, 유방건강에 좋은 레시피와 운동 등 여성 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지난 9월에는 ‘핑크제네레이션’ 7기를 선발했다. 이들은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대회에서 현장 모습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유해 활기를 불어넣었다.


지구촌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10월이다. 핑크빛 물결에 동참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도심 곳곳을 수놓은 핑크리본을 발견한다면 잠시라도 내 가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스스로 유방암 검진을 해보고 주변에도 독려하는 것. 핑크리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


 


 


글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 아모레퍼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