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지(三國志)』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유비(劉備)가 천하의 전략가 제갈량(諸葛亮)을 얻기 전에는 서서(徐庶)란 인물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유비와 대립하던 조조(曹操)로서는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해서 꾀를 냈다. 우선 서서가 유명한 효자라는 것을 알고는 그의 어머니인 위부인(衛夫人)의 힘을 빌려 서서를 불러들이려 했다. 그렇지만 위부인은 학식이 높고 명필인데다 의리가 있는 여장부였다. 그녀는 ‘어머니 생각은 말고 한 임금만을 잘 섬기라’는 격려로 오히려 서서의 유비 보좌를 지지했다. 그렇다고 포기한다면 천하의 조조가 아니다. 조조는 이번엔 위부인의 필체를 모방한 서신을 서서에게 보내 마침내 그를 집에 돌아오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들을 본 위부인은 처음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다가 자신의 글씨를 모방한 위조 편지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을 깨닫고는 “여자가 글자를 안다는 것부터가 걱정을 낳게 한 근본 원인이구나”라며 탄식했다. 여기에서 ‘여자식자우환(女子識字憂患)’이라는 말이 나왔다.
소동파(蘇東坡) 또한 ‘석창서취묵당시(石蒼舒醉墨堂詩)’에서 이렇게 읊었다. ‘인생은 글자를 알 때부터 우환이 시작된다(人生識字憂患始). 이름만 대충 쓸 줄 알면 그만둘 일이다(姓名粗記可以休)’라고 말이다. 소동파의 말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는 체 하다 인생을 망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는 뜻만큼은 높이 살만 하다. 헤엄 잘 치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기 쉽고, 나무에 잘 오르는 이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기 쉬운 법이다. 한데 우리 사회엔 최근 자신의 지식을 이 세상에 뽐내려는 이들이 너무 많다. 캠퍼스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깊은 연구에 천착해야 할 교수들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구름같이 정치권으로 몰리고 있다. 이른바 폴리페서들이다. 어줍잖은 지식으로 자신은 물론 나라까지 망치는 일이 없게 되기를 그저 간절히 바랄 뿐이다.
유상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