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은 농촌 체험 후 就農 교육 지원

중앙일보

입력 2016.09.2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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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가 미루야마 겐지는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2014년 출간)에서 귀농·귀촌 생활의 환상을 신랄하게 깨버린다. 그는 농촌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간 왕따 당하기 십상인 곳이며,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구급차를 기다리다 숨이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무시무시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일본의 귀농 인구는 매년 7만~8만 명이었지만 2008년부터 연 5만 명으로 줄었다. 귀농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자 일본 정부는 ‘청년 취농(就農) 급부금 정책’을 도입했다. 2012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만 45세 미만을 대상으로 5년간 연간 150만 엔(약 164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귀농 전에 연수를 받는 귀농 희망자 역시 2년의 준비 기간에 연간 150만 엔을 지원받을 수 있다. 2010년 일본 전국농업회의소 설문조사 결과 신규 귀농인의 34.1%가 정착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낮은 소득을 꼽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효과는 긍정적이다. 2012~2013년 두 해에 걸쳐 청년 취농 급부금을 받은 신규 귀농자를 대상으로 농업 경영에서 이탈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 1.1%에 그쳤다.


대만 역시 농촌에 청년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대만 행정원 산하 농업위원회는 ‘대학생 농촌 회유’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2011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500여 명의 참가자 중 729명의 대학생을 농촌에 정착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3단계로 나누어진다. 1단계인 ‘농(農)STAY’에서는 농촌생활을 체험하며 대학생들이 자신의 특기를 농촌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탐색한다. 그 다음 단계는 1차 경연이다. 팀별로 농촌 지역 한 곳을 선정해 농촌 마을 사업 계획서를 발표하고 경쟁한다. 마지막 2차 경연은 여름방학 두 달간 해당 농촌에 내려가 실제 사업을 실현해보는 과정이다. 4000달러(약 448만원)의 지원금과 강사·멘토·합숙소까지 제공한다.


대학생 농촌 회유 프로젝트를 거쳐 다양한 사회적 기업이 탄생했다. 사업 범위는 농업에만 한정되지 않고 관광 및 문화산업까지 포괄한다. 증강현실(AR) 기술로 지역의 유명 명소를 즐길 수 있게 한다든지, 지역 문화를 이용한 조각품을 만드는 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와튼스쿨이 주최한 ‘2015년 글로벌 교육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철근 기자·이우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