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내용은 지난 10월 30일자 임상과학(Clinical Science)지 인터넷판에 실렸다. 이를 통해 비만 억제는 물론 당뇨, 고지질혈증을 비롯한 대사성 질환의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인체에 적용하려면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 독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여기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든다.
?사실 인체의 면역체계나 호르몬을 이용한 비만 예방백신은 선진국에서는 오랫동안 개발돼 왔다. 2008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서 설립된 브라슈 바이오테크가 대표적인 업체다. 생물의약품 개발 전문 개인기업인 이 회사는 2012년 세계 최초로 비만 예방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플랩비만 예방은 물론 성장을 촉진하며 제2형 당뇨(후천성 당뇨)에도 효과가 있어 비만·당뇨·성장부진의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소마토스타틴, 비만·당뇨·성장부진 개선 기대 이 회사는 소마토스타틴이라는 호르몬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왔다. 소마토스타틴은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성장호르몬의 분비와 작용을 억제한다. 성장호르몬의 작용이 억제되면 성장이 부진해지는 것은 물론 비만과 제2형 당뇨가 유발될 수 있다. 여기에 착안한 브라슈사는 바로 이 소마토스타틴의 작용을 억제하는 항(抗)소마토스타틴 백신을 만들었다. 이를 주사하면 체내에서 성장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며, 다량 분비된 성장호르몬은 당뇨·비만을 동시에 막는 인슐린 유사 성장호르몬(IGF-1)이 간에서 더 많이 분비되도록 촉진한다. 두 가지 호르몬이 폭포처럼 쏟아지면 인체 대사가 증가해 비만과 제1형 당뇨가 동시에 예방 또는 치료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먹은 지방이 짧은 시간 안에 대부분 타버려 몸에 지방이 축적될 일이 별로 없으며, 가만히 앉아서도 운동한 것 같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인체 적용은 아직 시험 중이지만 동물실험에서는 가축의 빠른 성장을 돕고 개·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은 물론 말 같이 큰 동물의 비만도 막아주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의 연구로 확보한 지적 자산을 바탕으로 심근경색을 막는 백신을 비롯해 다양한 호르몬 응용 백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문제도 적지 않았다. 당시 플랩잡 소동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데일리 메일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플랩잡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우선 인간이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투입해야 할 백신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백신 접종량은 체중과 비례하는데 쥐보다 수십 배가 무거운 인간이 비슷한 효과를 얻으려면 1L 정도를 접종받아야 한다.
▶2p ‘비만백신’으로 계속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ciimcc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