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 풀려야 남북 관계 좋아져 … 우리가 미국 설득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5.08.13 01:20

수정 2015.08.1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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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2015’의 대미를 장식하는 제3차 세미나가 지난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들이 지난 6월 22~27일 북·중 접경지역을 답사하면서 연 1·2차 세미나에 이어 남북 평화와 공생 방안을 놓고 장장 8시간에 걸쳐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평화 오디세이 2015’ 행사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지난 10일 3차 세미나에서는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과 남북 관계 해법 등을 둘러싼 8시간의 마라톤 끝장토론이 이어졌다. 주제는 ‘광복 70년, 평화와 공생 그리고 세계시민성이 길이다’였다. ‘광복 70년, 평화통일을 생각한다’는 주제의 1차 세미나(6월 23일 중국 단둥 크라운플라자호텔)와 ‘동북아 평화협력을 구상한다’를 주제로 한 2차 세미나(6월 25일 송강하 쉐라톤호텔)의 논의를 총정리하는 자리였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열린 3차 세미나는 중도 보수 성향 인사들의 전향적 해법 제시가 눈길을 끌었다. 이인호(전 주러시아 대사) 서울대 명예교수는 “6월 말 북·중 접경지대 1400㎞를 돌아보는 오디세이 행사에 참여한 덕분에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을 봤을 때 심리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며 “북한이 반미·반한 감정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공포나 혐오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인호 교수는 “북·미 관계의 정상화 없이 남북 관계 정상화가 쉽지 않다”며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상당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에 미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게 우리한테도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평화 오디세이 2015] 8시간 끝장토론
‘한반도 평화 방안’ 열띤 논의
북한에 미국 영향력 미치는 게
상당한 대가 치러도 한국에 유리
흡수통일·적화통일 모두 포기해야
인센티브 없이 북 움직일 순 없어


 사회를 맡은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가 “이인호 교수는 보수로 분류되는 인사인데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는 걸 보고 상당히 고무된다”며 “그런 생각이 보수 전체에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영우(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른 우리 정부의 5·24 대북 제재조치에 대해 “해제할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 인적 교류를 계속 차단하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합리적 보수’라고 밝힌 백영철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남북한이 평화 공존을 위하여 서로 먹고 먹히는 흡수통일과 적화통일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희호 여사의 방북에 기대를 걸었지만 통일부 장관이 정부 메시지가 없는 개인 자격이라고 강조하는 바람에 특사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고 했다. 백 이사장은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싶어도 아무런 인센티브 없이 북한을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북한에 이산 가족 상봉을 요구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나 식량 지원 같은 보상책을 거부하는 것은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함께 담화를 통해 천안함 폭침일인 3월 26일을 ‘장병의 날’로 정하고 추모 행사를 계속하면서 5·24 제재를 해제하고, 이를 디딤돌 삼아 평화로 전환하자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평화 오디세이를 10년 전이나 적어도 이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시작했으면 대북정책의 주춧돌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진보 성향인 백낙청 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는 좌나 우에 다 있다”며 “정치권력을 포함, 유리한 고지를 점한 우 쪽에서 합리적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목소리가 커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대기자는 “보수·진보 성향의 학자·전문가들이 한자리에서 토론을 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가 진화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 특별취재팀=강찬호 논설위원, 이영종·고수석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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