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선정 방식과 과정을 지켜보면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2001년 1조78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지난해 8조300억원으로 팽창했다. 연평균 20% 가까운 성장세 속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려 왔다. 이를 아무나 못하게 정부가 틀어쥔 채 면허를 배정하다 보니 무슨 특혜라도 되듯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소수 대기업들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도심 골목마다 편의점이나 약국 등의 미니 면세점이 2만 개 가까이 운영되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면허 제도는 장기적으론 우리 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안 된다. 근본적으로 경쟁 제한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금력 풍부한 대기업들에 유리한 구조로 돼 있다. 면허 따내기에 올인 하는 대기업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기업가 정신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둘러쳐준 보호막 속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장사를 하고 싶다는 것 아닌가.
이게 과연 박근혜 정부가 경제정책의 전면에 내세워 온 창조경제인가. 유통 사업자 선정 하나를 놓고 온 재계가 들썩거리는 것은 창업과 혁신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슬로건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젠 면세점 사업자 선정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때가 됐다.
지금 우리의 재계 현실은 어떤가. 창업 기업은 갈수록 줄고, 문 닫는 기업은 늘면서 산업마저 ‘저출산 구조’로 바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활동 기업과 신생 기업의 비율로 보는 기업 신생률은 2007년 17.9%에서 2013년 13.9%로 내리막길이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파산 선고를 받은 기업은 1년 전보다 9.8% 늘었다. 대기업의 투자도 주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결과 지난해 30대 그룹의 투자 실적은 2013년 수준인 117조1000억원에 머물렀고, 시설 투자는 1년 전보다 오히려 1.1% 감소했다. 대기업 채용 역시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30대 그룹의 채용 규모는 지난해 10% 감소에 이어 올해에도 6.3% 감소가 예상된다. 2년 연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과 혁신,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을 돌파구로 삼아야 할 정부가 자칫 기업들을 면허장사 중심의 안이한 체질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창조경제에 진짜 필요한 것은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이지, 면허장 따내기 경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