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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웃음과 비난이 얼마나 거센지 결국 출판사와 작가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처음엔 “사실무근이며 표절 제기는 부당하다”는 요지를 밝혔던 출판사가 사과 성명을 내며 꼬리를 내렸고, 21일엔 신씨가 사과로 여겨지는 해명을 하며 단편 ‘전설’이 수록된 작품집의 회수를 결정했다.
스타일#: 문학 표절과 디자인 표절
이를 지켜보며 패션의 표절 논란이 중첩되지 않을 수 없다. 출판계에서는 문학의 표절이 ‘공공연하다’고 했지만 패션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때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출장이 신제품 디자인을 베끼기 위한 샘플 구매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당연히, 다들 그렇게 하니까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지난해만도 LF패션(옛 LG 패션)이 한 해외 아웃도어 업체와 디자인 도용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고, 캐나다구스를 따라한 국내 패딩 상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코리아 구스(사진)’라는 별칭도 생겨났다. 이런 건 그나마 뉴스에 나는 사례들이다. 쇼핑몰 몇 개만 들어가 봐도 ‘이자벨마랑 st(스타일)’, ‘아쉬 st’처럼 고가의 인기 브랜드를 그대로 복제한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한국인 체형이나 취향에 맞게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자랑을 곁들이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런 디자인 베끼기가 너무나 빈번하고 자주 접하기에 이제 소비자의 감각도 무뎌진다는 점이다. 모르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산다. 얼마나 똑같으냐가 중요하지, 똑같은 자체를 문제시하는 이는 적다. 소송을 당했든 벌이든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패션은 원래 그런 거니까, 라면서 말이다. 트렌드라는 게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며 판을 키우는 거 아니냐는 논리가 찝찝한 마음을 씻어준다.
허나 그러한 산업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패션의 독창성은 존재한다. 글이든 옷이든 창작의 고통이란 다르지 않고, 원본과 원작의 가치는 존중받아야 한다. 한 개의 단어가, 하나의 문장이 주는 힘이 있다면, 내 머릿속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한 벌의 옷이 주는 감동도 분명 있을 터다. 나를 실제 나보다 더 예쁘게 꾸며주는 마법의 디자인에 감탄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창작이라는 영역에서 ‘패션 표절도 표절이다’라는 명제를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싶다. 법적 제도와 상관없이 쉽게 베끼고 돈 버는 일이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봤든 아니든, 패션을 사랑하든 아니든 상관 없다. 독자만큼 소비자도 힘이 세다.
글 이도은 기자dangd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