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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횟수가 많은 편도 아니었다. 실력에 대한 입소문이 날 일도 별로 없었다. 임지영은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술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해 현재 재학 중이다. 그야말로 국내 음악 학교에서 착실히 공부 중인 학생이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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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완성도는 더 높아졌다. 김남윤은 “어렸을 때 무대에서 자신감이 조금 부족했다. 칭찬을 거듭해주며 자신감을 북돋워주니 최근 1~2년새 대단한 연주자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스승이 말했듯 임지영은 톡톡 튀는 끼나 재주로 청중을 사로잡는 연주자는 아니다. 대신 근성과 무게감을 가지고 연주해낸다. 무대에서도 그 점이 보였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홈페이지에 참가자들의 연주 동영상을 제공한다. 결선에서 임지영은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으로 브람스 협주곡의 긴 호흡을 끌고나갔다. 전율이 일기보다는 안심이 되는 연주였다. 안정감과 무게감이 카리스마를 만들어냈다.
임지영 또한 “꿈에나 그리던 큰 무대였지만 마음을 비우고 음악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콩쿠르 출전 전에 왼팔 인대가 파열됐다. 무리한 연습 때문이었다. 두 달 동안 악기를 잡지 못하고 연습을 쉬었다. 그는 “오히려 콩쿠르 결과와는 상관없이 나와의 싸움을 해보자는 마음이 됐다. 편하게 연주하며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기악 부문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곡ㆍ성악 부문에서는 2008년부터 우승자가 나왔다. 하지만 이 콩쿠르는 본래 바이올린ㆍ피아노 대회로 1937년 시작했다. 작곡은 53년, 성악은 88년에 비교적 늦게 생겼다. 임지영의 우승이 더 큰 의미를 갖는 이유다. 게다가 국내에서만 공부해 일약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도 화제다. 임지영은 “내년 2월 학교를 졸업하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며 “국내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국 음악계는 지구력이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을 확보했다. 음악 팬들은 꾸준히 지켜볼 연주자 한 명을 더 얻게 됐다.
글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