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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파드 의학연구센터가 발표한 논문이 큰 관심을 끌었다. 연구팀은 “메르스에 감염된 남자가 소유한 낙타농장의 헛간에서 공기 중에 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 조각을 발견했다”며 “이는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최초의 명확한 증거”라고 발표했다. 이어 “사흘 연속 헛간에서 공기 샘플을 채취했는데 첫날 샘플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조각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낙타 9마리 중 1마리는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공기 중 바이러스 조각의 유전자 정보와 사망자·낙타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모두 일치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메르스도 감기나 인플루엔자처럼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질병일 수 있다”며 “알려진 것보다 전파가 더 쉽고 빨라지면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쇼크] 학계 논쟁 뜨거운 감염 경로
영국 보건청(NHS)은 이 연구가 사람 간의 2차, 3차 공기 감염 가능성을 밝히기보다는 1차 감염자가 낙타로부터 어떻게 메르스를 옮았는지를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개방된 넓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래도 의료계는 공기 전파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의료진 등 환자를 곁에서 접촉하는 이들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료진에게 환자와 접촉할 때 비말·공기 감염에 대비한 예방수칙을 지킬 것을 권고한다. 병원은 인공호흡기와 기관 내 삽관, 가래 제거 등의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품은 에어로졸(수분 미세입자)을 배출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CDC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소의 실험(2012년)에서 환자가 뿜어낸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20분 이상 떠 있었다. 병실처럼 꾸민 시뮬레이션 실험실에서 환기 시설을 멈춘 뒤 기계를 이용해 기침을 만들어보니 지름 0.3~0.4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에어로졸이 병실에 가득 퍼져 20분 이상 떠 있었다. 메르스는 에어로졸 상태에서 습도가 낮으면 더 오래 생존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의 실험(2013년)에서 메르스 에어로졸은 온도 20도, 습도 40%인 환경에서는 활동력이 7% 둔해졌지만 70%에서는 89%나 줄었다. NIH는 “공기 중에서 생존력이 있다는 것은 메르스가 에어로졸 형태로 전파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