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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이 최근 발간한 『미국 와이즈만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는 이 사안에 대한 생각거리 하나를 던져준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활용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으로, 이 책은 여기서 펴낸 ‘국외 한국문화재’ 총서 4번째 보고서다.
미네소타대학교의 와이즈만미술관은 한국 전통가구 컬렉션이 우수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이 컬렉션의 핵심은 정치학자 에드워드 라이트(1931~88)가 기증한 유물이다. 라이트는 1967년 풀브라이트 위원회 단장으로 서울에 와 한국 미술품을 열정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머문 11년 동안 그가 모은 400여 점의 한국 문화재는 북한에서 제작한 가구 등 희귀품이 많다.
라이트는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 덕에 헐값으로 시장에 나온 전통 가구를 다량 사들일 수 있었다. 한국전쟁 종전 10여 년이 흐른 당시 한국인은 가난으로 유물을 수습할 정신이나 여유가 없었다. 더구나 ‘전통’은 밀려드는 ‘현대’ 앞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가보로 내려오던 장과 농을 내버리고 내열성 합성수지인 ‘호마이카’ 장을 들여놓았다. 놋그릇과 놋숟가락을 팔아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주방기구로 바꾸었다. 이 혼란기에 라이트는 자칫 아궁이 땔감으로 사라질 수도 있었던 전통 가구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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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보다 더 애정 어린 관심으로 한국 유물을 보살피며 전시해준 와이즈만미술관 사람들을 떠올리면 ‘환수만이 대수일까’ 자문하게 된다.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한 한국 문화재를 제대로 평가해서 가치를 확인해준 전 세계 애호가들도 소중하다. 그들 곁에 있기에 한국 문화재가 더 널리 알려지고 빛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긴요한 때다.
정재숙 중앙일보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