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돌발 악재 때문에 야당이 역풍을 맞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 역대 최대 규모(15곳)로 치러진 7·30 재·보선이 그랬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광주 광산을에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 공천했고,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기동민 전 서울 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공천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조차 ‘보은 공천’ ‘패륜 공천’이란 비판이 나왔다. 야당이 주장한 ‘세월호 심판론’은 먹히지 않은 채 새누리당이 열세일 것이라는 초반 우려와 달리 11대 4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돌발 악재와 역대 재·보선 결과는
때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거진 예상치 못한 변수가 판세를 뒤집기도 한다. MBC 선후배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2011년 4월 강원지사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최문순 후보를 9~20%포인트 격차로 여유 있게 앞섰다. 하지만 선거를 닷새 앞두고 터진 ‘강릉 불법 콜센터 사건’이 판세를 뒤흔들었다. 엄 후보를 지원한 홍보원 30여 명이 일당 5만원과 점심을 제공받고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엄 후보는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행동이다”고 해명했지만 민심은 급격히 돌아섰다. 결국 최 후보는 51.1%의 득표율로 46.6%에 그친 엄 후보를 꺾고 강원지사에 당선됐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재·보선은 전국 단위의 선거와 달리 지지 정당 선호가 분명한 유권자들의 대결”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터진 돌발 이슈가 어떤 정당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 라는 돌발 변수가 터진 이번 재·보선에선 과연 어느 당이 유리할까. 여야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