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테러리즘의 ‘주요 협력자’가 된 실패국가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하는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가 국제안보 차원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9·11 테러는 기존 국제경제학에서 사용되던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ies)’의 카테고리를 좀 더 국제정치학 쪽으로 옮기면서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와 안보환경을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로 ‘국가 실패’를 부각시켰다. 국가 경영에 경제적으로 실패한 가난한 나라들은 정치적으로도 무장테러 세력에 취약할 수 있음을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9·11 테러는 미국에서 발생했지만 테러를 벌인 알카에다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불안정한 빈곤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9·11을 통해 실패한 국가에서 테러단체가 성장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실패한 국가를 넘어 지구촌 어디든지 미칠 수 있음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
IS 숙주 ‘실패국가’는
실패국가 문제는 안보 분야 전문가들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국제기구나 각국 구호단체도 개발과 원조를 시행하기 위해 이를 다룬다. 그런데 개발 개념에서 접근하는 이들은 ‘실패국가’ 대신 ‘취약국가(fragile state)’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실패국가와 취약국가가 동시에 쓰이면서 혼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취약국가’는 그 역시 실패국가 문제를 다루기 위해 채용된 용어인 데다 오늘날 개발에 관심 있는 학자나 기관들도 점점 더 안보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어 실패국가라는 표현이 대표 개념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