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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당시 아르놀드 뤼텔 대통령은 “부정투표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투표 실시안에 서명을 거부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인터넷 투표가 기술적으로 투표의 비밀원칙을 유지할 수 있다”며 법안을 합법 판결하면서 예정대로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전체 투표자의 1.9%인 9317명이 인터넷을 통해 투표를 했다.
외국에선
조희정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에스토니아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라는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터넷 선거를 도입했다”며 “인증 시스템을 통한 안전성 확보 노력과 지속적으로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기 위한 연구 등이 이를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2005년 세계 최초로 모바일을 이용해 주민투표를 했다. 취리히 칸톤의 뷜릭시에서 1만6700명의 주민에게 휴대전화와 PC로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민투표와 국민투표 등을 통해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독일·네덜란드·영국 등 선진국도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일부 지역에서 온라인 투표를 시범 도입했지만 정착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네덜란드에서는 2006년 한 시민단체가 TV에 출연해 온라인 투표 기록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 법원의 온라인 투표 금지 결정을 이끌어냈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The Atlantic Council)과 온라인 보안서비스업체 맥아피(McAfee)는 지난해 10월 공동 조사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세대에 모바일 기기를 통한 자유로운 투표는 온라인 투표의 ‘킬러 앱(killer app)’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생체인식 기술 등을 통해 보안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온라인 투표가 갖는 잠재적 효과는 전 세계의 민주화 과정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