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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들은 마호메트와 그의 4명의 후계자인 아부 바크르, 우마르, 우스만, 알리가 통치했던 시대를 가장 ‘완벽한’ 중동의 국가 및 사회체제로 간주한다. 단순한 종교적 가르침이 아니라 실제 역사에 존재했던 가장 강성했고 완벽했던 국가였다. 이 기간 동안 무슬림들은 북아프리카와 현재의 중동지역 전체를 정복해 거대한 이슬람 제국을 형성했다. 이슬람에서 원리주의가 사회 전반에 확산돼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라가 계시한 원칙과 율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고 강력한 제국을 형성했던 마호메트와 4명의 후계자 시대가 이상이 아니라 실제로 역사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를 비판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 무장 관습은 종교보다 사막 때문
그러나 과격화하고 폭력적인 테러가 많은 이유는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특징에 기인하지 않는다. 중동의 사막 문화요인이 더 크다. 유목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력 혹은 무력을 바탕으로 한 권위주의에 토대를 둔다. 정착문명과는 달리 유목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물과 오아시스다. 큰 오아시스는 물론이고 이동 경로에 있는 작은 우물들을 보호해야 했다. 작은 우물이라도 적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생사를 결정하는 우물 혹은 오아시스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남성은 무장을 해야 했다. 남성이 칼을 지니는 것은 당연했고, 유사시에는 우물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나가 싸워야 했다. 공동체의 생존이 남성의 전투력에 달려 있었다. 적정 수준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복의 전통도 생겼다. 무기는 남성의 자존심이자 생존의 수단이었다. 아직도 예멘 등에서는 초등학교 남학생이 칼을 차고 다닌다. 무장충돌과 테러는 아직도 널려 있는 무기, 그리고 이를 사용해 자신의 권위를 유지 확대하려는 마인드가 작용하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