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라인 야후' 사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이를 '협력 가능 사안'으로 규정하는 정부의 대일 인식은 일본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여론의 인식과는 간극이 크다. 이번 사태가 갈수록 꼬이는 배경이다.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의 모습. 뉴스1.
"日이 아니라는데…"
당시 정부는 "강력 대응"도 언급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본의 부당한 조치가 있을 경우"를 전제로 한다. 정부 소식통은 "정부 기본 입장은 사태 초기부터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이전부터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었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정부 개입을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로키'(low key)를 유지하는 이유다. 줄곧 침묵을 지키던 네이버가 지난 10일 "지분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입을 떼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같은 날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시키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매각을 검토했다"고 부연 설명에 나섰다.
정근영 디자이너
수출규제·과거사 트라우마
하지만 여론은 "일본 말을 어떻게 곧이곧대로 믿느냐"고 반문하는 쪽에 가깝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일본의 과거사 도발, 2019년 수출규제 보복의 트라우마 등 여론의 의심에도 근거가 있다.
특히 일본 기업은 징용 3자변제 재원 마련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기시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기업 활동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왔는데, 라인야후 국면에선 마치 민관 합동으로 경영권을 앗아가는 모양새를 만들어내는 게 국내 여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리 없다.
13일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라인야후 계열 한국법인 라인플러스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아무리 경영권 개입 의도가 없었다 해도 두 차례의 행정지도 결과가 네이버 지분 조정으로 이어지는 게 자명한 상황이라는 점도 말과 행동이 다른 일본 측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키우는 요소다. 겉으로는 라인의 보안 강화 필요성을 앞세우면서도 기저에는 '국민 메신저를 한국 기업 손에 계속 맡길 수는 없다'는 심리가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원천 기술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당장 네이버가 경영권을 소프트뱅크에 내주더라도 기술은 방어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스템 유지·보수 과정에서 자연히 기술 이전이 이뤄질 수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탑다운' 관계개선 한계 드러내나
박경민 기자
이를 두고 지난해부터 전격적으로 회복된 한·일 관계가 사실상 사상누각처럼 서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과 케미(chemistry)에 의존한 '탑다운' 방식의 관계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도 촉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양국이 보다 세심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한·일 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하면 일본이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정지도를 내릴 때는 양국 관계 전반에 미칠 여파를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도 이런 측면에서 일본 정부의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고 일본의 속내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보다 적극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포옹하는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