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이 2일 잠실 삼성전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요즘 “야구가 독해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선발투수의 승리 요건이 임박해도 승부처라고 판단되면 마운드를 과감히 교체하고, 부진과 부상으로 고전하는 선수가 있으면 빠르게 대체 자원을 투입하면서 ‘독한 야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승엽표 독한 야구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경기는 지난 4일 잠실 LG 트윈스전이었다. 선발투수로 나온 영건 최준호가 3-0으로 앞선 5회말 1점을 내준 뒤 계속해서 1사 만루 위기로 몰리자 지체 없이 이병헌을 투입했다. 아웃카운트 2개만 더 잡는다면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지만, 경기 중반 승부처에서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해 마운드를 교체했다.
이병헌은 희생플라이만 내주며 실점을 최소화했고, 결국 두산은 이날 3-2로 이겼다. 당시 상황을 두고 이승엽 감독은 “그동안 우리가 너무 많이 졌다. 지금은 누구를 챙겨주고 할 때가 아니다. 이런 게임을 잡으면서 치고 나가야 한다”는 말로 독하게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4월 레이스까지 16승17패(승률 0.485)로 6위를 기록 중이던 두산은 독한 야구와 함께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달 10경기에서 8승2패를 달리면서 10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승률을 내고 있다. 5월 출발은 2연패였지만, 뒤이은 8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순위를 5위로 끌어올렸다. 이 사이 단독선두 KIA 타이거즈와의 격차도 2.5경기로 줄였다.
라울 알칸타라가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이유로 전력에서 자진 이탈하고, 기존 마무리 정철원이 제구 난조로 빠진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다.
두산 이승엽 감독(왼쪽). 뉴스1
이승엽 감독은 “쉽지 않은 더블헤더 일정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곽빈이 공격적인 투구로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타자들이 초반부터 점수를 뽑으면서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했다. 8연승을 달리는 두산은 14일부터 광주로 내려가 단독선두 KIA를 만난 뒤 17일부터 안방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3연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