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오랜 시행착오 후 드디어 석굴사원이라는 영구불변하는 건축형식을 얻게 되었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중인도 데칸고원은 굴착하기에 유리해 1000여 개의 석굴사원이 조성됐다. 그 가운데 벽화로 이름 높은 아잔타 석굴군이 가장 대표적이다. 와구르강이 흐르는 U자형 협곡, 75m 높이 절벽에 36개의 석굴을 굴착했다. 대부분 기원전 2세기경 조성되었다가 기원후 460년경 중창 보완되었다.
공간과 공감
예배굴은 기둥과 서까래와 조각물을 남긴 채 바위를 뚫어내 공간을 만들었다. 지상에 세운 건물을 반대로 음각한 모양이다. 세우고 쌓는 건축이 아니라 파내고 갉아낸 조각품이다. 오로지 정과 망치에 의존해 무량한 손질로 성취한 위대한 장소다. ‘건식 프레스코’ 벽화는 부처의 생애와 본생담(本生譚, 석가의 전생을 묘사한 설화)이 주제인데, 등장인물로 수 없는 미녀들과 외국인이 눈길을 끈다. 사실적인 묘사, 입체적인 화법, 생생한 색채들로 세계 최고의 고대 회화다. 부처와 더불어 아잔타도 인류의 영원한 보배가 되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