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이 지적한 변호사법 34조5항은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하여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 등을 취급해 이익을 받거나 약속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벌칙 규정이다. 쉽게 말해, 비변호사인 AI가 변호사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위법이라는 취지다.
변협 관계자는 “AI 변호사는 24시간 무료 상담을 하는데, 청년·개인 변호사를 위협하지 않겠나”라며 “의뢰인 개인정보나 민감한 법률 데이터 등을 학습했다면 공공성을 침해할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당선된 김영훈 변협 회장의 주요 공약인 ▶직역 수호 ▶사설 법률 플랫폼 반대 및 이용 회원 징계 등과도 맞닿아 있다.
AI 나오자마자 갈등…엘박스·대륙아주 “위법 없다”
엘박스 AI는 변호사가 질문하면 엘박스가 보유한 판결문·법령·유권해석 등을 종합해 AI가 답변하는 서비스다. 일종의 ‘리서치 보조’인 셈이다. 현재 시범운영 기간으로, 변호사 인증을 받은 사용자에 한해 사용 신청을 받고 있다. 출시 후 열흘 간 600여 명이 신청했다.
앞서 변협 징계조사위원회 조사 대상이 된 대륙아주 역시 반발했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를 처벌하는 법인데, 우린 변호사”라며 “비인격체인 AI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AI 소유자를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보이는데, 이 경우 로펌인 대륙아주는 변호사 자격이 있어 처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대륙아주로 보수나 이익을 분배받은 적도 없다”며 “애초부터 돈 벌 목적 없이 AI 시대를 준비하고 연구하는 차원에서 나온 서비스인데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줄 몰랐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로톡 비극’ 반복될까…변협 vs 리걸테크 평행선
법조계는 ‘변협-로톡 갈등’과 같은 일이 반복될지 주목하고 있다. 로톡은 변협과의 9년 분쟁 끝에 수사기관과 공정거래위원회·헌법재판소·법무부에서는 대부분 법적 승리를 거뒀지만 사업적으로는 변호사 회원이 대거 이탈하는 타격을 입었다. 지금도 변협과 공정위 간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반면 변협은 “법률 AI는 공공재로 먼저 도입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협 관계자는 “혁신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라는 공공 영역이 자본 시장에 종속되기 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