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중국이 못마땅할 때도 있지만 한·중 관계 자체는 소중하다는 게 대다수 한국인의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근년 들어 한·중 관계는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광둥성의 LG 디스플레이 공장을 갑작스레 찾았다. 한국 중시 제스처로 읽혔다. 그러나 일주일 뒤 윤석열 대통령은 대만해협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중 관계는 싸늘하게 식었다.
5월엔 축구선수 손준호가 중국에서 구금됐고, 6월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이 터졌다. 11월 샌프란시스코 APEC 정상회의 때 한·중 정상은 정식 회담 없이 인사치레 말만 나눴다. 이처럼 찬바람만 휑하다 지난 3월 말 물꼬가 트이나 싶었다. 손준호가 석방돼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2주 뒤 윤 대통령은 서해 꽃게 단속 함정에 올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강력히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인데 한·중은 서로 찬물만 끼얹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모처럼 한·중의 우호와 협력을 촉구하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총선 이후 많은 게 바뀌고 있다. 한·중 관계도 이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어디서 시작해야 하나. 지난주 처음 성사된 여야 영수회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 한·중도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상호 파견한 대사를 한·중 외교 당국이 제대로 만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서로 왕따를 놓으면 한·중 관계에 무슨 미래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