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과잉공급 위험은 없다.”
2일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CEO) 주재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지 12년 만에 국내 사업장에서 연 첫 기자간담회다. 회사는 HBM으로 대표되는 AI용 메모리 반도체 강세에 올라타, 지난 1분기 3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AI 메모리 비중, 5%에서 60%까지
김주선 사장(AI 인프라 담당)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급증하는 AI 시대가 열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구조부터 바꿔야 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맞았다”라며 “지난해 AI 메모리(HBM, 고용량 D램 모듈) 매출은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5%를 차지했으나, 오는 2028년에는 61%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HBM뿐 아니라 AI 서버용 eSSD, 온디바이스 AI용 LPDDDR5 등 AI용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찰떡’ 넘어 ‘TSMC 찰떡’ 간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엔비디아-TSMC-SK하이닉스’의 삼각 동맹을 과시했다.“글로벌 탑티어(Top-tier)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파트너와 원팀으로 협업해 최고 제품을 적시에 개발·공급하겠다”라면서다. 회사는 지난달 TSMC와 차세대 패키징을 위한 기술 공동개발 협약(MOU)을 맺었는데, 김주선 사장은 “모든 게 시프트 레프트(Shift left) 되는, 기존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기술 교류”라고 이날 설명했다. 시프트 레프트(원점 회귀)란 출발점부터 문제를 다시 살핀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HBM을 TSMC가 받아서 조립하는 수준이 아니라, 메모리·비메모리 간 구분을 넘어 양사가 AI 고객용 맞춤 HBM을 함께 생산하겠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에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세워 2028년 하반기부터 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최우진 부사장은 “미국 패키징 거점은 R&D도 포함”이라며 “TSMC의 CoWoS 같은 공정을 하게 될지는 아직 논의 단계이며 오픈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oWoS는 엔비디아·애플 등의 첨단 칩에 적용하는 TSMC 고유의 첨단 패키징 공정으로, 2.5D(차원) 기술로도 불린다. TSMC 연구개발(R&D) 디렉터 출신인 양광레이 교수는 지난 3월 중앙일보에 “대만·한국이 반도체 경쟁국이지만, TSMC와 SK하이닉스가 함께 3D 패키징을 개발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협력”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도 잠재성 커
곽 대표는 이날 ‘AI 메모리 리더로 올라선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메모리 불황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던 2012년에 SK그룹은 HBM을 포함해 투자를 늘린 것”과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고객사와 협업 관계를 구축한 것”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