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1시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한 교수는 이런 내용이 담긴 휴진 안내문을 진료실 앞에 붙여뒀다. 마취통증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등 다른 교수 진료실 앞에도 ‘오늘 휴진’이라며 비슷한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있었다. 이날 휴진에 나선 안석균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정세용 소아심장과 교수 등 동료 9명과 ‘환자의 안전 진료와 교수의 진료역량 유지를 위해 오늘 하루 휴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병원 앞에 섰다.
안 위원장은 “2000년부터 교수로 있었는데 주 1회 휴진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지난주 화요일(23일)과 비교했을 때 이날 수술 건수는 45%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공식 휴진은 아니고 교수들이 알아서 진료 일정을 조정한 것이라 진료·수술 축소 건수는 알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세브란스 휴진 첫날…병원 상황은
세브란스 병원의 한 교수도 “응급실·중환자실이 정상 운영되고 있어 환자가 크게 체감할 진료 차질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열려야 할 외래 세션(오전·오후 진료)이 262개인데, 90개 세션이 이날 휴진해 휴진율은 34%”라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 측은 “일괄적인 휴진이 아니기 때문에 혼란은 없다”고 했고, 용인세브란스 측은 “교수 186명 중 3명이 휴진해 휴진율(1.6%)이 극히 낮다. 그마저도 사전에 진료 조정을 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구로병원 관계자는 각각 “휴진한 교수는 1명도 없다”고 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의사 38명이 집단 휴진에 나서면서 3000건에 가까운 검사·수술·진료가 변경·취소됐다”며 교수들을 비판하는 포스터를 내걸기도 했다. 460명에 이르는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중 8.26%가 휴진에 참여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휴진 규모를 집계하고 있진 않다”라면서도 “휴진한 교수님의 환자들에겐 사전 안내가 있어 큰 불편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주재한 뒤 “오늘 일부 의료기관에서 외래 진료, 수술에 대해 주 1회 휴진을 예고한 상황이지만 이는 일부 교수 차원의 휴진”이라며 “전면적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병원은 없어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은 다음 달 3일부터 일부 교수가 휴진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들 병원도 실제 참여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일 임현택 차기 회장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의학회, 의대 교수, 전공의 및 의대생을 포함하는 범의료계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