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만 경인방송 회장이 중국동포 행세를 하며 사기를 쳤다고 합니다. 사실이 맞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김민수 검사(33‧변호사시험 9회) 사무실에 이런 진정서가 접수된 건 석 달 전인 1월 중순이었다. 김 검사는 2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처음엔 언론사 회장이 신분 위조 사기꾼이라니 믿기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사무실에는 이런 진정서가 매달 20여건이 쌓인다. “사건이 안 되는 게 다반사지만 ‘얼마나 억울하면 진정을 했을까’ 일일이 확인해 답을 주는 것도 검사가 할 일”이라고 파고든 게 주효했다. 김 검사는 지난 9일 권 회장을 중국 동포로 신분을 위장해 4억원의 분양 사기를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증거 없는 진정서’ 단서로 지역 언론사 회장 구속
수사를 진행하려면 물증이 필요했다. 이때 법무연수원 시절 감정 교육이 해결의 단초가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권 회장과 A씨의 사진을 비교해 동일인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의뢰했다. 과거 사건 자료에 있던 A씨의 여권사진이 오래되고 희미해 정밀 감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난관에 부딪히나 했는데 지난달 6일에야 국과수로부터 권 회장과 A씨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회신이 왔다. 권회장이 A씨가 맞다면 사건의 공소시효는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서울중앙 김민수 검사”에 “보이스피싱 아니냐” 전화 끊기도
우여곡절 끝에 2011년 A씨를 만난 사람들에게 ‘권 회장과 A씨가 동일인물인 것 같다’는 진술을 여럿 확보했다. 이어 법원의 영장을 받아 권 회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권 회장을 체포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권 회장 집에서 중국동포 A씨 명의의 여권 등을 증거물로 제시해 자백을 받았다. 지난해 임관 이후 김 검사가 해결한 스무번째 사건이었다.
“검사 되고 싶어 미국 시민권도 포기”
김 검사는 앞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검사는 갈등을 다루는 직업이라 모두의 마음에 드는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맘에 들지는 않더라도 설득력 있는 판단이라고 생각이 들도록 매 순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