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오는 7일 6개월을 맞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국제구호단체 차량 오폭 사건으로 미국·영국 등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고, 국내적으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극우 연정에 대한 불만으로 반정부 시위가 격해지면서 조기 총선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란이 이스라엘군의 이란 영사관 폭격에 따른 보복을 예고해 긴장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루에 180명꼴, 3만여 명 숨져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에서만 3일(현지시간) 현재 3만297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약 180명꼴이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사망자 중 어린이가 1만3000명을 넘고 여성이 약 8400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65%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지금까지 작전을 통해 하마스의 24개 대대 가운데 20개 대대를 해체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민간인 희생을 우려하는 미국 등의 반대에도 가자 지구의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바이든·수낵도…“참을 수 없는 수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분노하고 비통하다(outraged and heartbroken)”며 이스라엘 정부를 정면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4일 바이든은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도 할 예정이다. 오폭 사건 전부터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자지구 휴전 요구 결의안이 미국의 기권 속에 채택되기도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2일 밤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구호요원 사망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면서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는 구호요원과 민간인이 지나치게 많고 상황이 점점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에선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권 퇴진 시위…조기 총선 주장도
전시내각 각료인 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3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지 약 1년이 되는 9월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자고 촉구했다. 그래야 국가 분열을 막고 필요한 국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기 총선 시 네타냐후를 제치고 총리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는 간츠 대표의 이날 발언으로 하마스 전쟁 직후 성립된 거국 내각 내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메네이 “그들은 매 맞게 될 것”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영사관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아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지휘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를 포함해 12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을 시사한 것이다.
이란의 보복 수위에 따라 이란 및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 등과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대결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AI 활용설, 민간인 사살 허용 주장도
이스라엘군 정보부대인 8200부대가 개발한 라벤더는 전쟁 초기 하마스나 이슬라믹 지하드(PIJ)와 연결된 팔레스타인 남성 3만7000명을 AI 시스템에 등록했고, 이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 잠재적인 하급 무장대원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한다.
특히 라벤더는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무장대원 공습 중 민간인 15~20명을 사살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소식통은 주장했다. 라벤더를 사용했던 한 정보장교는 “(기계가) 각 표적당 20초를 썼다”며 “나는 인간으로서 승인 도장을 찍는 것 외에 부가가치가 전혀 없었으며,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가디언은 “강력한 AI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법적, 도덕적 문제가 제기되고 군인과 기계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라벤더에 대해 “테러 조직 군사 요원에 대한 최신 정보를 생성하기 위해 정보 출처를 참조하는 데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라고 설명하면서 “테러리스트를 식별하는 AI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