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이강웅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상용환경풍동시험실에 들어서자 수소 전기 트럭 엑시언트가 실험실 전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가스를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이 연구원은 “최첨단 장비로 세계 곳곳의 날씨·환경을 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험실에 들어선 지 1분쯤 지나자, 이마 위로 땀이 맺혔다. 태양을 모사한 조명이 쏟아진 탓이다.
남양연구소는 현대차그룹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연구 기지다. 연구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 차량이 글로벌 무대에서 상을 휩쓴 비결도 바로 이곳에 있다”고 귀띔했다. 1995년 출범한 남양연구소는 신차·신기술 개발부터 디자인·설계·시험·평가 등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최근 이곳에선 전기차·수소전기차 개발 역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만4545㎡(약 4400평), 국내 최대 규모인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새 차를 개발한 뒤 혹독한 모의고사를 치르는 곳이다. 차체·안전, 조향·현가, 구동·제동, 품질·내구, 진동·소음(NVH) 등 다섯개 분야에서 300여 가지 시험을 진행한다. 시험장 한쪽에선 협동 로봇이 손을 길게 뻗어 승합차 쏠라티의 트렁크를 계속 여닫았다. 내구성 시험을 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남양연구소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차 경쟁력을 높이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체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유수의 자동차 연구소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규모와 수준의 시험 설비들을 갖춘 덕분에 전동화 시대에 돋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